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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파티·무단외출' 허술한 자가격리…가족감염 확산 주범 대책 시급

등록 2020.03.10 04:00:00수정 2020.03.10 08: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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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가족과 삼겹살파티 뒤 확진된 사례나와

동대문구, 생후 4주 영아 포함 5명 일가족 감염

성동구 주상복합건물 가족 감염으로 13명 확진

전문가 "확진자 접촉후 격리…이미 가족내 전파"

서울시 "인재개발원 등 시설통해 자가격리 권고"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양천구(구청장 김수영)가 13일 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 생활수칙 위생 키트를 배부하고 있다. 위생키트에는 예방수칙안내문,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의료폐기물봉투, 살균소독제와 식료품이 담겼다. (사진=양천구 제공) 2020.02.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양천구(구청장 김수영)가 13일 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 생활수칙 위생 키트를 배부하고 있다. 위생키트에는 예방수칙안내문,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의료폐기물봉투, 살균소독제와 식료품이 담겼다. (사진=양천구 제공)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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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1.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A씨는 14일간의 자가격리 조치 마지막 날 가족들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벌였다. 가족내 전파 가능성이 남아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엄격하게 셀프격리를 해야 하는데도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다. 그러다 A씨는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됐던 30대가 무단으로 2차례 외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구는 자가격리 상태에서 무단으로 외출한 30세 B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자가격리를 철저하게 지키지 않아 가족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사례가 서울에서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자가격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오후 7시 기준 134명으로 집계됐다. 동대문구에서 7명이 추가 발생했고 이외 은평구 3명, 강남구 1명, 노원구 1명, 동작구 1명, 대구 감염자(서울 중구 신고) 1명 등이 추가로 발생해 14명이 늘었다.

특히 동대문구에서는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 C(39)씨와 산후조리 중인 부인 D(38)씨와 생후 4주된 딸, 장인(69), 장모(68) 등 일가족 5명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성북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C씨는 올해 1월부터 셋째 아이 출산을 준비하면서 이문1동 처가에서 함께 생활해왔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증상이 발현돼 6일 삼육서울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당일 밤늦게 확진판정을 받았다.

C씨와 함께 거주 중이던 장인과 장모도 8일 오후 확진 판정을 받고 동대문구 6번, 7번 확진자로 분류됐다. 장인은 지난 5일 밤에, 장모는 2일에 각각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부부는 7일 오후 동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 확진판정을 받았다.

C씨의 아내인 D씨와 생후 4주된 아이도 8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아 동대문구 10번, 11번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들은 3일부터 줄곧 집에만 머물렀고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은 6일 이후부터는 자가격리됐다. 코로나19 관련 증상은 4일부터 시작됐고 지난 7일 경희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뉴시스]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확대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성동구 보건소에 위치한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성동구 제공) 2020.03.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확대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성동구 보건소에 위치한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성동구 제공)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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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왕십리로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13명의 직·간접적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가족 내 감염이 원인이 됐다.

당초 해당 건물의 확진자는 주상복합건물에 거주하던 확진자 2명(40번, 121번)뿐이었고, 이들과 접촉한 후 감염된 사람도 건물관리소장(3261번)을 포함한 직원 4명(3790번, 3793번, 3815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건물관리소장의 가족간 감염으로 아내(2740번)와 자녀 2명(3262번, 3703번)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영등포구에 거주하던 관리직원(3815번)과 성북구 거주 관리직원(3794번)이 각각 자녀 1명(4224번), 부인 1명(4558번)·자녀 1명(4634번) 등 가족 내로 전파시키며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가족내 감염이 확산되는 데는 감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각 자치구 보건소가 관리·감시하지만 한정된 인력만으로 모든 자가격리자들을 감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하루 3회 정도 자가격리자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감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사인원이 한정돼 있고 각자의 업무도 있어 모두 감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송파구 대책반 관계자가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 격리자에 생필품과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송파구 제공) 2020.02.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송파구 대책반 관계자가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 격리자에 생필품과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송파구 제공) 2020.02.06. [email protected]

자가격리 자체가 확진자의 확진판정 이후 실시되기 때문에 뒤늦은 사후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된 상태를 알면 문제가 없지만, 확진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전파를 시켜 놓고 다같이 확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온 후 가족내 전파하고 이후 확진판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감, 감기 등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가족 내 감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가족간 밀접접촉이 많은 만큼 쉽게 전파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역시 해당 문제점을 인지하고 인재개발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밀접접촉자들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집안 내 마스크 착용, 가족간 동선 분리, 집안 내 셀프격리, 개인화장실 이용 등 자가격리와 관련된 다양한 수칙을 알려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집안 내 영유아가 있는 경우 특히 자가격리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가격리에 자신 있다고 한 분들을 중심으로 (자가격리를) 실시했지만 가족간 감염이 확산돼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어린 자녀 등이 있을 경우 인재개발원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등 다른 시설에 자가격리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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