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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마스크 문제로 질책했던 식약처 이번엔 공개 칭찬

등록 2020.03.25 15: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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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생산 과정 '긴급사용승인제도' 실무 칭찬

이달초 마스크 수급 차질 '질책성' 발언한 것과 대비

文 "학생들 개학 시기 다가와" 추후 대책도 강조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에서 열린 업계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2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송파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에서 열린 업계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초기 국면에서 긴급승인제도를 활용해 진단시약의 빠른 보급을 이끌었던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공개 칭찬했다. 

공적 마스크 수급 혼란 당시 식약처의 잘못을 크게 질책했던 때와 달리 뛰어났던 부분을 공개 칭찬한 문 대통령의 모습에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확실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메시지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코로나19 진단 시약 생산 기업 '씨젠'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진단시약 생산업체 대표들을 만나 기술력 등을 칭찬하는 과정에서 식약처의 역할도 함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심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긴급사용승인제도를 전격 시행했고, 통상 1년 반 정도 걸리던 승인 절차를 단 1주일 만에 끝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행정처리를 해 준 식약처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지금 마스크 공적 판매를 위해서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지금 매주 1인당 2매 공급하고 있는 것을 조만간 3매, 4매로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 학생들 개학 시기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을 앞당겨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긴급승인제도를 통해 코로나19 진단 시약을 방역 당국에 빠르게 보급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식약처의 역할은 칭찬하면서도, 혼선을 빚었던 공적 마스크 보급 역할에 끝까지 신경쓸 것을 동시에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잘한 일은 칭찬이라는 '당근'이, 잘못한 일에는 질책이라는 '채찍'이 뒤따른다는 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상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관계부처에도 본보기 삼아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긴급사용승인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하게 사용이 필요한 의료기기를 한시적으로 신속하게 제조·판매·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겪은 끝에 자성적 의미를 담아 2016년 최초로 도입했다. 이번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해외 정상들이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며 진단 시약 지원을 요청하게 된 배경에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제도가 기여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를 문 대통령이 공개 자리에서 확실히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칭찬의 의미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공적 마스크 보급 초기 과정에서 공개 질책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식약처 입장에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이나 다름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의경 식약처장 등으로부터 마스크 공급 대책 관련 긴급 보고를 자리에서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여야 4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마스크 수급 부족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여전히 마스크 수급 문제가 불거지자 주무 처장을 앞에 두고 "현장에 가라"고 다그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마스크 수급 문제를 언급하며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인식하라"며 "과연 절실한 문제로 인식했나. 정부가 감수성이 있게 느꼈는지 의심스럽다"고 참모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누가 봐도 주무부처인 식약처를 향한 질타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3.2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이 이날 "개학 시기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을 앞당겨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은 다음달 6일로 예정된 개학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마스크 수급 문제를 신경써 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문 대통령에게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 후속 조치와 관련한 보고를 하면서 "개학시 시도 교육청별로 학생 1인당 면마스크 2매 이상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학교 현장에서의 마스크 사용 기준을 마련해 학부모 및 학생 교사들에게 충분히 안내하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식약처의 공개 칭찬과 관련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좀처럼 칭찬도 잘하지 않고, 반대로 겉으로 드러나도록 크게 화를 내는 편도 아니다"라면서도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짚고 넘어가는 대통령의 스타일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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