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자력 인수 꿈' 멀어졌다
KCGI,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패배'
산은 등장에…'자력 경영권 인수' 어려워
임시 주총·지분 추가매입도 쉽지 않을듯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분수령인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 가처분 신청 결과 발표가 예정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각 항공사의 비행기가 주기돼 있다. 2020.12.01. [email protected]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신청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산업은행이 한진칼 3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KCGI를 포함한 3자연합은 대주주이지만 산은의 도움 없이 경영권을 가져갈 수 없게 된다.
마지막 남은 가능성은 지분을 50% 이상까지 매입하는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그만큼 KCGI 측의 '실탄'이 있을지, 확보하더라도 항공사를 운영해나갈 명분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KCGI 산하 펀드인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진칼의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산은은 계획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해 캐스팅 보트 지위를 갖게 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과 3자연합 측 지분은 각각 각각 줄어들지만 산은 지분은 사실상 현 경영진인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은을 우군으로 확보한 조원태 회장 측 한진칼 지분율은 47.33%로 상승하는 반면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로 하락한다. 주주총회가 열리더라도 3자연합 측이 자력으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분수령인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 가처분 신청 결과 발표가 예정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대한항공 안내부스 앞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0.12.01. [email protected]
KCGI 측의 요구대로 임시 주총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가 상장되는 오는 22일 이후 주주명부가 폐쇄된다면 산은이 주주로 입성하게 돼 KCGI 측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오는 2일 납입을 거쳐 22일 상장할 예정이다.
만일 오는 22일 이전에 임시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가 이뤄지더라도 내년 정기 주총에서 산은이 캐스팅 보트를 쥘 예정이기 때문에 임시 주총을 통한 KCGI 등 3자연합 이사진의 입성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KCGI 측은 이번 한진칼을 위해 모집한 펀드의 만기가 최대 10년 이상이라고 공언해 온 만큼 올 연말까지 지분 매입을 한 뒤 내년 정기 주총에서 결판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지분 매입이 가능했다면 이전에 50%까지 매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이 중대한 결격 행위를 일으키지 않는 한 사실상 자력 인수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 측은 이번 소송에서 졌으니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이상 만기라고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의구심이 있고, 과반을 확보해도 운영할 명분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KCGI는 LK파트너스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독립해 출범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로 여론이 좋지 않았던 한진그룹 경영진 교체를 노리며 등장했다.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회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에 참여하는 일명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했다.
KCGI는 지난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을 9% 취득한 뒤 지속적으로 늘리기 시작해 지난해 5월 15% 가까이로 높였다. 이후 올해 1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연합을 꾸려 지분율을 32%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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