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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말로는 다 못할 고통" 오리 농가 덮친 AI 공포

등록 2020.12.08 16: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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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항원 검출' 나주 육용오리 사육농장서 3만2000마리 살처분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가, 고병원성 여부에 '촉각'…불안 호소

[나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0.12.08. wisdom21@newsis.com

[나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0.12.08. [email protected]

[나주=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지금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초상집이 따로 없습니다."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 모 육용오리 사육농장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리 3만2000여 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에선 이날 오전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긴급 살처분 조치가 내려졌다.

 농장 출입로 주변에는 '차단 방역 조치로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고 쓰인 바리케이드형 푯말이 놓여져 있었다.

농장 입구 50m 주변은 출입 제한선으로 통제됐다. 입구에 선 한 방역 관계자는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오가는 차량 구석구석에 소독약을 분사했다.

오리 살처분에 앞서 나주시 방역 관계자가 농장주와 함께 사육동을 분주히 오가며 개체 수를 헤아렸다. 농장주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살처분법 사전 교육을 마친 방역 관계자 40여 명이 흰 보호복과 고글 등을 갖춰 입고 농장에 들어섰다. 거주동에서 이를 바라보던 농장주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방역 관계자들은 살처분 과정에 쓰일 이산화탄소 가스 용기를 각 사육동 앞에 뒀다. 이어 대형 비닐에 오리를 몰아 담기 시작했다.

이후 살처분된 오리는 농장 인근 구덩이로 옮겨지며, 온도 조절·공기 공급 장치를 통해 자연 퇴비(호열호기성 미생물 처리)로 처리된다.
[나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0.12.08. wisdom21@newsis.com

[나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0.12.08. [email protected]


농장 주인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죠"라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인근 오리·닭 사육 농가도 고병원성 AI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 농장에서 검출된 AI 항원이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 반경 3㎞ 내사육 농가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상은 세지·봉황·왕곡면 가금류 농장 9곳에서 사육 중인 닭(산란계·3개 농장) 29만4000마리, 오리(6개 농장) 11만3300마리 등 총 40만7300마리다.

항원 검출지에서 반경 3㎞ 내에서 또다른 오리 사육농장을 운영하는 장모(42)씨는 "밤낮으로 오리만 바라보며 애지중지 키워 왔는데 한순간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아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6년 전 오리 농가를 시작한 뒤 처음 겪는 AI라 초조함이 크다"며 "눈 앞에서 키운 오리들을 살처분할 모습을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나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관련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2020.12.08. wisdom21@newsis.com

[나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육용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관련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2020.12.08. [email protected]


임종근 전국오리협회 나주지부장은 "주변 농가들이 울상이다. 초상집이 따로 없다"며 "어떻게 키운 오리인데 얼마나 허탈감이 크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인 만큼 국가에서 100% 피해를 보상하길 바란다. 걸핏하면 농가 방역 실태를 점검, 과실을 따져 보상비율을 낮춘다"고 하소연했다.

 임 지부장은 "생업이 달린 문제다. 보상액 증액을 검토해달라"며 "거의 해마다 AI가 발생하는 만큼 획기적인 보상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당 농가 오리의 '고병원성 AI(H5N6)' 검사 결과는 오는 9일 오전께 나온다.

앞서 방역당국은 H5N8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영암군 시종면 한 육용오리 사육농장 내 오리 9800마리와 반경 3㎞ 이내 가금류 사 육농장 10곳에서 사육 중인 닭 35만9000마리, 오리 13만4000마리 등 총 50만2800마리를 살처분했다.

한편, 현재 나주지역 가금류 사육 규모는 126농가에서 오리(67농가) 115만8000마리, 닭(64농가) 437만4000마리를 사육 중이다.

매년 반복되는 AI 피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오리농가 27농가(38만4500마리)는 '휴지기' 신청을 통해 사육을 중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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