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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파트 하나에 25명"… 코로나 한파에 열기 뜨거운 경매법정

등록 2020.12.08 18: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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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고 인기물건 용인 아파트 3억4000여만원 낙찰

아파트·지게차 등 낙찰받기 위해 100여명 눈치싸움 치열

코로나19 여파로 경매법정 내 방역조치 강화


[수원=뉴시스] 8일 오전 11시께 경기 수원지법 입찰법정, 10여건의 경매가 진행된 이날 법정에는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살 집을 구하거나, 사업에 사용할 물건을 구하기 위해 100여명이 사람이 참석했다.

[수원=뉴시스] 8일 오전 11시께 경기 수원지법 입찰법정, 10여건의 경매가 진행된 이날 법정에는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살 집을 구하거나, 사업에 사용할 물건을 구하기 위해 100여명이 사람이 참석했다.

[수원=뉴시스]안형철 기자 = "2019타경28910, 최고가 3억4071만1100원!"

8일 오전 9시 50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입찰법정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해진 거리와 달리 입찰법정 앞 복도는 약 100여 명의 방청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법정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유명 인사나 고위 정치인 등에 대한 주요 재판이 열리지 않았지만, 방청객들은 조금이라도 더 낮은 가격에 거주할 집과 사업에 사용할 물건을 구하기 위해 입찰법정을 찾은 것이다. 앳된 얼굴의 청년부터 흰머리의 노인까지 방청객 연령대도 다양했다.

오전 10시 입찰법정의 문이 열리자 입찰자들은 점 찍어둔 물건에 대한 입찰서류를 분주히 제출하기 시작했다.

입찰자들은 법정 안에 마련된 부스에서 입찰 서류를 조심스럽게 작성했다. 부스에 들어간 사람 가운데는 30여분 동안 고민하다가 나온 사람도 보였다.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일행은 둘이 들어가 상의 끝에 입찰서류를 내기도 했다. 노란 종이의 입찰봉투를 경매 집행관에게 제출하면 집행관은 입찰자용 수취증을 입찰자에게 교부하고, 입찰봉투를 투명한 아크릴로 만들어진 입찰함에 넣었다.

경매에 참여한 입찰자들은 법원 입구에서 손소독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했으며, 집행관들은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입찰자 간 대화를 자제하고, 해당 물건 입찰자 외에는 밖에서 대기할 것을 권유했다. 좌석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앞뒤 줄 지그재그로 한 칸씩 거리를 벌려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입찰 마감시간인 오전 11시 40분이 다가오자 법정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입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입찰법정 내 자리는 금방 사람들로 다시 가득 찼다. 법정 안에는 자리가 부족해 서서 기다리는 사람까지 70여 명, 법정 밖 대기 공간에도 30여명의 사람들이 개찰을 기다렸다.

마감 10분 전, 집행관은 "입찰이 마감되면 가격 보완이 불가하다. 서류작성이 미비하면 취소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오전 11시 40분이 되자 집행관은 입찰 마감을 알리고 종을 쳤다. 입찰 마감과 동시에 개찰이 시작됐다. 집행관은 경매 물건별로 응찰 인원을 알렸다.
[수원=뉴시스] 8일 오전 11시께 43건의 경매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

[수원=뉴시스] 8일 오전 11시께 43건의 경매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날 최고 인기 경매 물건은 25명이 응찰한 용인시 기흥구 소재의 한 아파트였다. 집행관이 입찰자 모두 앞으로 나오라고 안내하자 25명의 입찰자들이 법정 앞으로 나갔다.

개찰은 입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투를 하나씩 뜯으며 입찰가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집행관은 1~3순위 입찰가격을 우선 호명한 뒤 1순위 가격을 써낸 입찰자에게 낙찰을 알렸다. 해당 물건의 최고입찰가는 3억4071만1100원, 2순위 입찰자와는 약 2000만원 가량의 차이가 났다.

이날 두 번째 인기 물건도 아파트였다. 수원시 영통구에 소재한 이 아파트에는 11명이 몰렸다. 해당 물건은 먼저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보다 작은 평형으로 입찰자 대부분이 30대 이하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입찰자 가운데는 신혼부부로 보이는 2쌍의 남녀 일행도 눈에 띄었다. 해당 물건의 최고가는 3억5천616만3000원으로, 2순위와는 1300만원 가량 차이가 났다.

이날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해당 물건에 입찰했던 신혼부부 1쌍은 "요새 집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경매를 통하면 조금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매에 참여했다"며 "지금까지 경매에는 4번 참여했고, 2번 입찰했다. 아쉽게도 오늘은 적어낸 금액이 적어 낙찰받지는 못 했다"고 말했다.

이날 입찰법정에 나온 경매 물건은 총 43건으로 이 가운데 아파트, 오피스텔, 상점, 토지, 염전, 화물차, 지게차 등 10여건에 입찰자가 붙었다.

이날 지게차를 낙찰받은 중고지게차 유통업자 A씨는 "최근 지게차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고, 또 경기가 좋지 못해 새 지게차보다는 중고지게차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며 "오늘 입찰 경쟁자를 보니 판매업자는 나뿐인 것 같다. 처음 경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가격을 잘 책정하지 못하다 보니 내가 낙찰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게차는 이날 나온 물건 가운데 8명이 입찰해 3번째로 인기가 많았던 물건이었다.
 
대부분의 입찰은 인기 있는 물건을 제외하고는 1~2명뿐이었다. 낙찰자 가운데는 10만원 차이로 낙찰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낙찰을 받지 못한 사람은 "아이고"하는 탄식과 함께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수원=뉴시스] 수원지법 입찰법정은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9~21일까지 휴정에 들어간다.

[수원=뉴시스] 수원지법 입찰법정은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9~21일까지 휴정에 들어간다.

경매는 낮 12시 54분까지 진행됐으며, 모든 경매가 끝나자 집행관은 종을 치며 경매 마감을 알렸다. 이날 입찰법정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방침에 따라 다음날인 9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지는 휴정 전 마지막 경매였다.

입찰 법정을 진행한 한 집행관은 "경매절차는 모든 것을 공개 속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을 제한할 수 없다"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당분간은 휴정한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입찰법정은 이번 휴정 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올해 3번의 휴정기간을 가진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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