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총재 "향후 경기 회복세, 소비 회복속도에 달렸다"
"물가 상승 압력...지속 여부는 지켜봐야"
[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2.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향후 경기 회복세는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는지에 달려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대면 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억눌려있던 소비가 분출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적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과 8월, 10월,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여섯 번째 '동결'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내수가 위축되고, 고용 지표가 둔화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된 점이 동결의 배경이 됐다.
이 총재는 "코로나 확산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될지 그 상황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든가 본격적으로 정상화하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2.25. [email protected]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물가가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진단과 함께 시장 반응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를 언급했다. 최근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3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주된 이유다. 그 다음에 공급 측면에서 애로가 있었다.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 작황 부진이나 일부 원자재의 채굴 차질이 하나의 요인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확대된 것도 작용했다. 이렇게 3가지를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을 보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전개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향방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과도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 우려가 급박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좋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해석에 동의하는지 궁금하다.
"인플레 논쟁이 미국을 중심으로 대부분 가열되고 있다. 논쟁이 상당히 많은데,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 추진함에 따라서 소위 기대 인플레 지표라고 볼 수 있는 미국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이 2%를 넘어섰다. 논쟁을 가만히 보면 우려하는 쪽에서는 과도한 경기 부양책 규모로 인해 큰 폭의 인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기 부양책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전에 낮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인플레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한데, 본격적인 수요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 전개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제 조치가 완화되면 억눌렸던 소비가 짧은 시일 내에 분출된다는 '펜트업 디맨드(pent-up demand)'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속성을 단언할 수 없지만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 물가 상승이 지속적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좋은 인플레라는 해석에 동의하냐고 물었는데,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발생이 영어로 하면 '좋은 문제(good problem)'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이해한다. 경기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소비 회복과 함께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그동안 저인플레를 우려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좋은 현상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이해한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대로 내다보고 있는데 물가 전망을 높인 것은 유가 등 공급 측 요인도 있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1%대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통화정책 체계 운용개선 방향을 검토해왔고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물가안정목표제 운영방식을 바꿀만한 컨센서스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없다. 미국이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으나 잘 정착될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2000년대 중반에 유사한 평균제도를 운영한 바가 있다. 시간을 갖고 검토할 계획이다."
-경제전망 관련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는 것 같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4차 재난지원금이나 백신 보급 등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이 양호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이번 경제 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1월 내놓았던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반등했고 금년에도 주요국에서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적극적 재정부양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교역 조건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여서 그런 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은 정부 방역 당국의 계획치, 전망치를 수용했다. 추경은 논의 중이라 반영하지 않았다. 확정되고 집행되면 우리가 봤던 성장전망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 부진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생각보다 장기화되면서 대면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거기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겨울철 국내 확산이 생각보다 심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되고 그런 것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다. 소비가 지난번에 봤던 것보다는 더 부진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기에 소위 변이 바이러스 발생이 앞으로 코로나 확산세 진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현재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회복세가 어느 정도 강도를 갖고 할지는 결국 소비가 어떻게 빠르게 회복되는가에 달려 있다. 오후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조사국장이 부문별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2.25. [email protected]
"국내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앞으로 접종이 전국민으로 확대되고, 경제 활동이 점차 정상화된다고 하면 경기 활동이 정상화되고 인플레 리스크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에서 논쟁이 있듯이 우리도 언젠가 논의, 또는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있고, 가계부채가 여전히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따라 금리 안정에 대한 리스크 우려가 인플레 우려 못지않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현 상황은 코로나의 확산세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될지 그 상황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든가 본격적으로 정상화하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생각이다.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종료했듯이 여러 조치의 종료나 재개 여부는 끝날 때마다 판단하겠지만, 전체적인 기준금리 인상이나 통화정책 기조는 현재로서 조정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의 국고채 직매입 압박과 관련해 지난 23일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를 한은이 직접 인수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법 75조에서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결과적으로 발권력을 이용한 재정자금조달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법이 1950년 제정됐는데, 그 당시에 정부의 재정기반·세입기반이 매우 취약했다. 국채 시장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이 조항이 만들어졌다. 지금 상황을 보면 정부 재정이 상당히 건실해졌고 국채시장도 크게 발달돼 있다. 주요국의 경우를 보면 중앙은행을 통한 직접 인수는 대부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신흥국도 직접 인수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엊그제 국회 업무보고를 할 때 일부 의원이 '동 제도가 문제 있다.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법 제정 당시와 비교하면 긴 세월이 흘렀고 지금 여건을 감안해서 말했듯 이 조항이 존치될 필요가 있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매입 반대하는 이유는 이 조항의 역사적 배경이 그렇고, 주요국도 국채 직접 인수는 금지하고 있다. 중국도 심지어 금지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하지 않고 우리나라도 법에는 이렇게 돼있지만 1995년을 끝으로 직매입은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인도네시아가 일시적으로 직접 인수한 그런 사례가 있었다. 그때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이 됐다. 지금 우리가 국채를 직접 인수하게 된다면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하게 된다. 결국 정부 지출을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정부 재정의 화폐화 논란이 일 것이고, 독립성 문제가 거론된다. 급기야 대외 신인도 문제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24일 코스피가 급락하며 장중 3000선이 붕괴됐다. 변동세가 커졌는데,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나.
"주가와 환율에 대한 전망은 코멘트 하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전망한다는게 대단히 어렵다. 오늘 오전에 코스피가 3000선이 붕괴된 지 하루 만에 30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최근 한 달간의 움직임을 보면 미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 국내 경기 지표가 좋아진 요인이 주가가 오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 재확산이 진정되지 않고 있고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감도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실물과 금융의 괴리라고 하는데, 금융시장, 특히 증시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때로는 낙관적 기대가 지배하기도 했는데, 미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 되어 있기 때문에 기대가 바뀌면 당연히 변동성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주가 향방은 가늠할 수 없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변동성은 이어지지 않을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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