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鍼) 치료, 뇌출혈 합병증 예방에 효과"
침 치료, 지주막하출혈 후 뇌혈관 연축 예방 효과 확인
침 치료 받은 환자들이 혈관 연축 적고 기능회복 양호
"합병증 줄이고 회복 속도 높이는데 도움 될 것"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내과 박성욱 교수(사진 :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지주막하 출혈은 뇌출혈의 한 종류다. 뇌를 둘러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의 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초기 사망률이 40~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고 초기 수술이 잘 이뤄져도 다양한 합병증 때문에 휴유증이 남을 수 있다. 재출혈, 뇌혈관 연축, 수두증이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이 중 뇌혈관 연축은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뇌로의 혈액 공급이 감소해 뇌세포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심하면 사망이나 신경학적 장애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뇌혈관 연축을 예방할 수 있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16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한방내과 박성욱 교수팀은 신경외과와 공동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지주막하 출혈 후 뇌혈관 연축 예방에 효과에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주막하 출혈 환자 중 발병 이후 96시간 이내인 환자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 외상이나 감염 등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이 아닌 환자, 초기 사망률이 높은 환자, 중증의 내과질환자, 침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 심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시험군 22명과 대조군 24명이 연구를 마쳤다.
연구팀은 시험 대상자들을 침 치료와 전기 침 치료, 피내침 치료를 받는 시험군과 가짜 전기자극과 가짜 피내침 치료를 받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을 하고 수술 직후부터 일주일에 6회, 2주 동안 치료를 시행했다. 시험군과 대조군 모두 신경외과 표준 치료는 동일하게 유지했다.
그 결과 침 치료를 받은 시험군에서 신경학적 결손과 혈관 연축이 적게 나타났고 기능회복도 더 양호했다.
허혈성 신경학적 결손은 침치료군에서 9.1%, 대조군에서 20.8%로 침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적게 발생했다. 혈관조영술적 혈관 연축은 시험군에서 9.1%, 대조군에서 25.0%가 발생했다. 혈관 연축으로 인한 뇌경색도 시험군은 4.5%, 대조군은 16.7%에서 관찰됐다.
기능장애 정도 평가에서는 치료 종료 직후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기능회복이 양호한 환자의 비율이 더 높았고, 종료 2주 후 다시 시행한 평가에서는 기능 회복 차이가 더 커졌다.
지주막하 출혈 후 뇌혈관 연축은 교감신경의 지나친 흥분과 혈관의 운동을 조절하는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장애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침 치료는 다양한 연구에서 자율신경의 기능을 안정시키고 손상된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침 치료 후 혈관내피세포 유래 산화질소의 활성이 증가하고, 혈관 수축 물질(엔도텔린-1)의 활성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침 치료가 뇌혈관 연축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침 치료가 지주막하출혈 후 뇌혈관 연축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법임을 확인한 세계 최초의 임상연구다"며 "뇌출혈 환자에서 기본적인 신경외과적 치료와 함께 한방 침 치료를 시행해 합병증은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전문학술지 '대체보완의학회지(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에 2020년 12월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