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까지 두 정거장 남았는데…" 광주 건물 붕괴 유족 '비통'
식당 반찬거리 장만위해 전통시장 들렀다 귀가중 사고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한 주택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6.09. [email protected]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로 9명이 숨진 가운데 희생자들의 사연이 참사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모 장례식장.숨진 A씨의 비보를 접한 유족은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들은 A씨의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장에 도착했지만, 차마 장례식장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유족들은 A(65·여)씨를 '살뜰하고 다정한 천사'라고 회상했다.아들과 함께 사는 A씨는 아들 친구까지 보살피고 식사를 챙길만큼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A씨는 1년 여 전 곰탕 집을 개업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성실히 운영해왔다.
사고 당일도 평소처럼 식당 반찬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들렀다가 집으로 향하는 54번 버스에 올랐다.
A씨는 자택까지 두 정거장을 앞두고 무너진 건물에 마음이 한없이 무너졌다. 공사장 가림막과 비계가 있었지만, 5층 규모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잔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A씨의 유족은 붕괴 사고를 뉴스로 접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황급히 인근 파출소로 '연락이 두절됐다'며 A씨의 위치 추적을 부탁했다.
추적 결과 A씨의 휴대전화 위치는 참사 현장.유족들은 다급하게 참사 현장으로 향했지만, 약 1시간 뒤 싸늘한 주검이 된 A씨 소식을 접해야 했다.
유족들은 허망하게 가족을 잃은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다. 이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 유족은 "A씨의 위치가 참사 현장으로 나온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살아있길 바라며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며 애통해했다.
그러면서 "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에 그치기 때문에 항상 반복된다"며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기 위해선 담당회사와 관계자가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조사하고 책임자 처벌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도로와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졌으며, 8명이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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