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후보 검증단 설치 놓고 '명추연대' vs '반이재명' 재현
송영길, 검증단 설치 거부로 '이심송심' 논란 확산
반이재명, '검증단 설치=경선 개입' 논리 어불성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정세균(왼쪽부터),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본경선 2차 TV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8.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을 당 차원에서 검증할 '경선후보 검증단' 설치를 놓고 '명추연대'와 '반이재명' 전선이 다시 구축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음주음전 전력을 검증하기 위해 반이재명 후보들이 연대해 검증단 설치를 당 지도부에 압박하고 있다. 검증단 설치 여부가 경선의 새 뇌관으로 떠오른 셈이다. 반이재명 후보들은 검증단을 통해 이 지사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범친문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검증단 설치를 요구하고 당 지도부와 비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설치에 반대하는 구도는 앞서 경선 연기론이 대두될 당시와 유사한 형국이다. 당시 범친문은 당 지도부 결정을 뒤집기 위한 '당무위원회' 카드까지 검토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범친문은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검증단 설치를 거부하자 송 대표가 이 지사를 지원한다는 이른바 '이심송심(李心宋心)'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지사 캠프는 정 전 총리가 제안한 검증단 설치를 이 지사를 겨냥한 공세의 일환으로 해석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송 대표는 5일 오전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 전 총리의 검증단 설치 제안에 대해 "논리상으로 맞지 않다. 본안 심의를 하고 있는데 당사자 자격이 있냐 없냐를 검사하자는 게 논리상 말이 되겠냐"며 "본인들이 상호검증하면 되지 당이 중간에 개입하면 되겠냐"고 일축했다.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장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상) 검증을 해서 (단체장,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 주로 출마하게 되니까 별도 검증단이 필요 없다"며 "내가 확인해본 바로는 지도부도 이런 뜻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이재명파는 당 지도부를 성토했다. 정세균 캠프 선대위원장인 김영주 의원은 5일 오후 성명을 내어 "국민의힘에 선제적 조치를 빼앗긴 당 지도부가 검증단 설치를 경선 개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당 지도부에 검증단 즉각 설치를 요구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TV 토론에서 공개적으로 클린 검증단 설치에 동의 한 것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이 약속을 당 대표가 반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결례"라며 "검증의 당사자인 후보들이 공개석상에서 흔쾌히 수용한 검증기구를 당 지도부가 나서서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과도한 경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심송심' 논란에 대해 "다수 당원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앞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해나 의심을 받지 않는 것이 향후를 위해 좋을 것이라는 말을 지도부한테 꼭 드리고 싶다. 캠프 차원의 공방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성토했다.
그는 자신의 캠프에서 경기도민의 혈세가 이 지사 선거운동에 쓰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감찰단에 신고된 것과 관련해 "차제에 전부 공개해서 점검을 할 필요도 있겠다"며 "그것(주유비, 차량유지비)뿐만 아니라 다른 비용들은 그러면 어디서 났는가"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이심송심 논란에 대해 "내 가장 큰 관심사는 원팀"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송영길을 지지하는 수많은 당원이 있다. 나도 유권자인데, 나를 공격해서 투표에 무슨 도움이 될지 후보들이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가 제안한 검증단 설치에는 경선 연기파였던 이 전 대표와 김두관 의원은 물론 경선 반대파였던 박용진 의원도 동의했다.
반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검증단 설치에 반대했다. 그는 경선 연기도 당헌당규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추 전 장관이 이 지사와 재차 같은 기조를 택하면서 범친문을 중심으로 한 반(反)이재명 연대에 맞서는 '명추연대'가 재현된 셈이다.
앞서 범친문이 당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 배경에는 당무위 과반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은 물론 추 전 장관 등이 당헌당규를 이유로 경선 연기에 반대하면서 '정파적 이익을 노린 연기가 아니다'는 명분을 제시하기 어려웠던 것도 일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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