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 나' 김웅, '고발사주' 혼선만 키워…쟁점 그대로
고발 사주 의혹 논란에 기자회견...주요 의혹엔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손준성과 대화 전혀 기억 안 나" "고발장 전달했는지도 기억 안 나"
"최강욱 고발장 내가 쓴 적 없다" 다만 정치공작 가능성 배제 안 해
야당 고발장 비슷한 내용엔 "관련 없다"...제보자 정체·배후 의혹만 증폭
제보자와 손검사 철저 조사해야..."제보자 신원 나오면 퍼즐 맞춰져"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08. [email protected]
김 의원은 "고발장을 받았는지, 전달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당시 고발장이 텔레그램으로 넘어갔는지 다른 매체를 통해 넘어간 것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의원이 사실상 모든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공익 제보자 휴대폰 포렌식 결과나 검찰의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발사주 의혹이 미궁에 빠지면서 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 가운데 한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운명이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손준성과 연락했나? "기억 안 난다"...정황상 자료 넘겼을 가능성도
이번 의혹의 핵심은 김 의원이 지난해 4·15 총선 직전인 4월3일과 8일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에게서 여권 인사 고발장을 넘겼받았는지 여부다.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당시 손 검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억은 있지만, 고발장과 관련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에서 굉장히 외로운 상황이라고 들어 너(손 검사)라도 잘 보필하고 힘내라라는 격려 문자를 보낸 기억은 있지만, 다른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건을 보도한 매체가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담긴 자료를 제가 다른 분에게 넘겼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이것을 그 매체에서 조작했을리는 없기 때문에 정황상 손준성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으로부터 (고발장 등이 나를 통해) 넘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손 검사와는 사법연수원 동기이지만, 따로 만나서 술이나 밥을 먹는 사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08. [email protected]
김 의원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고발장과도 무관하다고 했다. 김 의원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관계자에게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고발장은 두 가지다. 그 중 지난해 4월8일에 넘긴 고발장이 바로 최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고발장이다. 김 의원은 "고발장과 형식과 문구로 봤을 때 (내가 쓴 것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뉴스버스 인터뷰에서 "(최 의원 건을) 내가 한 게 맞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당시 최 의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가장 먼저 한 사람이 나"라며 "고발장을 썼다는 게 아니라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당 관계자에게 A4 한 장 분량으로 수기 메모를 건넸다는 의미"라고 했다.
앞서 당시 김 의원이 당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측되는 최 의원 고발장과 실제로 당이 같은 해 8월 최 의원을 고발할 때 쓴 고발장이 같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김 의원은 "고발장을 작성한 적이 없다"며 "(8월 고발장을 작성한) 조상규 변호사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 의원 고발장 외에 김 의원이 4월3일에 당 관계자에게 넘긴 것으로 보이는 다른 고발장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9.08. [email protected]
김 의원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권의 정치 공작, 야권의 정치 공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도 않았다. 김 의원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제보자는 당시 당 사무처 사람으로 윤석열 전 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모두 잡으려 한다"며 "그 사람이 밝혀지는 순간 어떤 세력인지 알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의원은 "추정하고 있는 걸 말할 순 없다"면서도 "그분(공익제보자) 신원이 밝혀지면 제보 경위도 밝혀지고 이 일이 벌어진 경위가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익제보자가 현재 여권 후보 캠프에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엔 "너무 나간 것 같다"면서 "신원이 나오면 자연스레 풀릴 의문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퍼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면서 고발장을 폭로한 제보자의 정체와 배후 등을 놓고 의혹만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를 통해 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미래통합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손 검사에게서 관련 고발장을 받아 이를 다시 미래통합당 관계자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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