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낙연 서울시장 차출론에…李 선택은
'예비후보' 송영길·김진애 강력 반발…추대 아닌 경선해야
친문-호남-중도층 소구력…오세훈 유일한 대항마 꼽혀
이낙연, 예비후보 반발 딛고 험지 출마?…독이 든 성배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이 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서 기존 예비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차출 대상으로 떠오른 이낙연 전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6월 중순 미국행을 예고한 바 있다. 불리한 지방선거 상황 속에서 굳이 조기 등판했다가 낙선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의 출마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예정대로 미국행을 선택하는 것이 후일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송영길 전 대표 등 예비후보들은 지도부에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를 향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송 전 대표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금 더 많은 경쟁력인 후보를 더 찾아서 후보군을 넓혀보자에 동의한다"면서도 "대신 경선을 하지 않고 전략공천 한다는 것은 서울시장 패배선언이다, 항복 선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색이 전직 대표고 5선 국회의원이 당을 위해서 국회의원직도 포기하고 나오겠다는 데 경선 기회도 안 주고 배제시키면 어떻게 에너지가 나오겠느냐"며 "송영길은 정치적으로 사망이라는 소리 아니냐"고도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낙연계 의원들은 이재명 상임고문이 직접 이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에 나서야 한다고 읍소하면 출마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고 한다'는 보도에 대해 "이재명 후보측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 가능성이 100%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 차출론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할 의사가 있다면 명확히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본인은 미국 간다고 그러고 안 간다고 계속 그러면서 밑에서는 이중적 메시지는 모든 국민과 당원을 혼란 시킨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지 억지로 말을 끌어다가 물을 먹일 수가 있겠느냐"며 "저는 이 전 대표도 반대할 거라고 본다. 가서 패배하면 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텐데"라고도 꼬집었다.
김진애 전 의원도 같은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략선거구 지정에 대해 "후보의 경쟁력,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후회할만한 결정"이라며 "꼼수고 반칙이다"고 날을 세웠다.
전략선거구 지정을 송 전 대표 배제와 이 고문 추대 목적으로 풀이한 뒤 "당원과 지지자들의 거부와 반발이 굉장히 심하다"며 "본인들한테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고 민주당 바깥에 보이는 모습도 정당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짚었다.
김 전 의원은 '이 고문도 경선을 거쳐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송영길이든 김진애든 단수공천 가지고는 지금 경쟁력도 없고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며 "추대라는 말 자체가 나오는 게 구태고 완전히 올드한 이미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방선거를 지자는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경선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전략 지역으로 지정돼서 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움직일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 전 대표 차출론에 대해서는 "주변에 계신 분들, 몇몇 분들에게 여쭤보면 뜻이 그렇게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 전 대표는 대선 직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둬왔다. 지난 대선 경선 이후 계획된 일정대로 6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6·1 지방선거 차출론에 선을 긋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송 전 대표로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당 지도부와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그결과 서울이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이 전 대표 차출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차출론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대선 경선을 거치며 이낙연계로 분류된 의원들은 이 전 대표가 추대가 아닌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친문(親문재인)과 호남,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에 분노한 민심을 등에 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설 경쟁력 있는 새로운 후보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 전 대표의 소구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新)주류인 이재명계가 재기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서울시장 출마를 용납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정국이 대선 연장전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 전 대표가 등판을 결심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패배시 받을 정치격 타격을 고려하면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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