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빅스텝'에 부동산시장 위축…'거래 빙하기' 온다
기준금리 0.50%p 상승…금융 부담 증가로 주택 매수세 위축
집값 고점 인식·대출규제 강화·금리 인상 여파 관망세 지속
"한銀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으로 매수세 위축 더 커질 듯"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2.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한국은행이 물가 급등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출 규제 강화와 잇단 금리 인상으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까지 더해져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의 1.75%에서 2.25%로 올렸다.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또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4·5·7월)으로 올린 것 역시 처음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7.13. [email protected]
주택 거래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907건(1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같은 달(3943건)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거래절벽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월 1087건 ▲2월 814건 ▲3월 1434건 ▲4월 1751건 ▲5월 1738건 ▲6월 907건 ▲7월 61건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6주 연속 하락했다. 최근 4주간 보합세를 유지했던 강남구가 하락 전환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3% 내려 3주 연속 같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5월30일 이후 6주 연속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4주 연속 0.02% 상승한 서초구와 용산·동작구(0.00%)를 제외한 전 지역이 하락했다. 4주째 보합(0%)을 기록했던 강남구 아파트값은 0.01%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 아파트값의 하락은 지난 3월7일 -0.01%로 하락한 이후 4개월 만이다.
강남4구 중에서는 서초구만 상승했다. 서초구는 전주와 마찬가지로 0.02% 상승했다. 송파구는 지난주 대비 0.02%, 강동구는 0.04% 각각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확산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청담·도곡동 위주로 매물이 적체되며 가격이 하락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거래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꼽힌다. 지난해까지 시행사 자체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과 입주 후 잔금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분양 중도금과 잔금대출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됐다.
부동산 거래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이달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담대 금리 하단은 지난해 7월 2.81% 수준이었으나, 올해 5월 3.9% 수준까지 상승했다. 직방에 따르면 약 4억원을 대출 받을 경우 금리 4%의 월 이자 부담은 187만원 수준이지만, 대출 금리가 5.5%로 상승하면 223만원, 7%까지 오르면 261만원으로 급등한다.
잇단 금리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9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87.0)보다 0.2p 하락한 86.8을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동남권도 매매수급지수가 지난주 92.9에서 이번주 92.5로 떨어졌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주택 매수세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집값은 보합이나 약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잇단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세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대출 금리에 반영된 부분이 있어 주담대 금리가 추가적으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불안과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의 심리적 부담이 선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이번 빅스텝 금리 인상으로 인한 매수세 위축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차주별 대출이 워낙 강화돼 있고, 8월 재정비사업 로드맵이나 추가적인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의 거래량 감소와 전국적으로 약보합인 주택시장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