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IT]유저가 달라졌다…‘고객 관리’ 게임 흥행의 새 변수
우마무스메 이용자들, 트럭·마차 시위 넘어 집단 환불 소송 제기
게임 이용자 집단행동으로 여론몰이 등 영향력 키워
운영 불만 이슈에 실적도 타격…운영·소통 능력 시험대
[성남=뉴시스] 김종택기자 = '우마무스메' 한국 배급사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도로에서 '마차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운영 개선이 이뤄질때까지 해당 게임 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을것을 약속하는 서약 참가자 모집도 병행했다. 2022.08.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게임업계가 게이머들의 시위와 소송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게임에 대한 불만 표출 수준을 넘어 이색 시위로 언론과 정치권의 여론을 집중시키는 등 적극적인 실력행사로 게임사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방심했다가는 기업 이미지는 물론 이용자 이탈에 따른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객 관리 혹은 고객 소통 능력이 게임 흥행의 새 변수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 운영 논란을 겪고 있는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 일부 이용자들은 지난 23일 퍼블리셔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운영 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환불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소송의 배경은 운영 불만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8월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게임 중요 이벤트인 ‘챔피언스 미팅’의 늦은 공지, 일본 서버 대비 재화 지급 차이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지난달 29일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에서 마차 시위를 벌여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카카오게임즈가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이용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며 소통에 나섰으나, 말미에 환불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서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1일 고위 책임자 교체, CEO 직속 태스크포스(TF) 설치 등 서비스 개선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핵심 서포트 카드인 ‘키타산 블랙 SSR’을 뽑거나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는 이벤트 종료 시각 약 3~4시간 전에 카카오게임즈가 서버 점검을 시작하면서, 포인트를 모아둔 유저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환불이 수용되지 않자 결국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입니다. 아울러 운영 미숙으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 또 다른 소송도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태연합 혈맹 소속 이용자들은 지난달 프로모션 '뒷광고' 논란으로 트럭시위를 진행한 데 이어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그동안 게이머들의 시위나 소송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넷마블 서브컬처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와 운영 차이에 대해 반발하며 트럭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넥슨 '메이플스토리' 등 타 게임 이용자들도 트럭 시위를 연달아 진행하는 등 오프라인 시위가 게임 이용자들의 새로운 항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임 운영 논란은 게임 매출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우마무스메는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가 하락하며 지난 23일 기준 15위를 기록했습니다.최근 한화투자증권은 우마무스메 매출 감소 등에 따른 3분기 실적 부진 전망을 반영해 카카오게임즈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6만4천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이제 게임의 운영 개선을 넘어 소비자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외칩니다. 소송, 시위 등을 통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입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효과를 꾀하는 것입니다. 실제 우마무스메, 리니지2M 이용자들은 이러한 목적으로 연대에 나섰습니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계류된 게임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심사를 통해 이용자 권익 보호 강화에 앞장서겠고 말합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관련 내용을 담은 게임법 전부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게임이용자권익보호기구’를 설립하겠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게이머들의 실력 행사를 세대 변화로 분석합니다. 과거 게임 이용자들과 다르게 MZ세대들은 게시판 댓글 항의에 머물지 않고 집단 행동에 나서며,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며 여론을 이끌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단, 이런 단체 행동에 나서는 이용자들이 해당 게임의 이용자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위, 소송 등에 나서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이들 의견이 대표로 비춰지는 영향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이용자 간 의견 분열, 갈등도 있기 마련입니다.
실제 우마무스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거나,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이용자들은 게임의 발전을 위해 게임사와 소통하는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게임사들은 어떨까요. 이용자 요구 사항을 무작정 받아 들이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고민거리인데요. 특히 환불 소송의 경우 게임 내 아이템 및 재화에 대한 결제 취소 및 환불은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서비스 약관에 따라 진행됩니다. 이용자들이 게임 내 재화인 '쥬얼'을 구매하고 이를 이용해 게임 내 상품을 구입했다면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행동 확산으로 게임사의 안정적인 운영 및 이용자와 소통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임사들이 최근 들어 이용자들과의 소통 행보에 힘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트럭 시위에 나섰던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은 넷마블에 ‘커피’ 트럭을 보냈습니다. 운영진이 이용자 소통 강화와 안정적인 운영에 힘써온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입니다.
트럭 시위가 벌어졌던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운영진은 잦은 이용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결과 '메이플스토리’는 최근 PC방 점유율 순위가 반등하는 등 이용자 지표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뿔난 게이머들과의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다른 게임들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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