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연결하며 무정산 합의" vs "계약서 서명도 안해"…넷플-SKB 변론 또 공회전
망이용대가 항소심 6차 변론…넷플릭스 측 증인 신문 진행
무정산 합의 여부·프라이빗-퍼블릭 피어링 등 두고 재격돌
'망값 전쟁' 선봉장들 재격돌 기대 컸지만…과거 공판 재연 그쳐
[뉴저지=AP/뉴시스] 한 스마트폰에 넷플릭스 아이콘이 떠 있는 모습. 2022.01.27.
1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6차 변론에서는 이같은 촌극이 연출됐다. 프라이빗 피어링(양자간 트래픽 교환)과 퍼블릭 피어링(다자간 트래픽 교환)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 측 증인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은 것.
이날 공판에서는 넷플릭스 측 증인인 마이클 스미스 미국 및 캐나다 인터커넥션 총괄 디렉터를 대상으로 양측의 신문이 이어졌다. 특히 양측의 법률대리인들은 또 한번 무정산 피어링(트래픽 교환) 합의 여부, 프라이빗 피어링과 퍼블릭 피어링의 개념, CP(콘텐츠사업자)와 ISP(인터넷제공사업자) 간 피어링 관행 등을 두고 지리한 논쟁을 펼쳤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같은 '허무한 답변' 또한 양측이 유사한 질문을 증인에게 수없이 반복해서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에 '무정산 피어링' 내용 고지해…실제로 망도 연결"
ISP와 피어링을 하지 않는 경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의 방침을 해당 계약서를 통해 SK브로드밴드 측에 고지했다는 주장이다.
또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프라이빗 피어링과 퍼블릭 피어링을 구분하면서 프라이빗 피어링에 대해서는 넷플릭스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명시적 언급을 한 적이 없다며 망이용대가를 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 양사가 피어링을 위해 이용했던 IXP(인터넷접속지점)인 미국 시애틀 소재의 'SIX'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5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양측은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SIX를 이용한 2년여 동안 SK브로드밴드가 피어링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한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SIX를 이용하는 동안에도 "퍼블릭 피어링이기 때문에 대가를 청구하지 않는 것이고, 만약 프라이빗 피어링을 하게 되면 넷플릭스가 대가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SKB "암묵적 무정산 합의? 계약서 서명도 안해…프라이빗 피어링은 대가 청구 가능"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 측이 SFI 계약에 대해 별다른 응답을 하진 않았지만 망을 연결했고, 그렇기에 암묵적으로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된 것으로 봤다고 맞섰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연결했다는 것 자체가 SFI 계약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 그건 결국 SFI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채로 연결만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K브로드밴드는 SIX와 BBIX를 두고도 넷플릭스와 반대되는 입장을 내놨다. 두 지점을 통한 연결이 기술적, 구조적으로 명백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SIX에서는 어느 사업자나 개별 합의나 계약 없이 연결만 하면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는 퍼블릭 피어링이 적용된 반면, BBIX에서는 양사가 '개별적 협의', '상호 합의', '기술적 조치'를 거쳐 전용망을 통해 양사의 회선을 직접 연결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프라이빗 피어링 특성상 대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192개국 1500개 피어링 중 99.9996%가 무정산 피어링인 만큼 피어링은 무정산이 관행"이라는 넷플릭스의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특히 이를 두고는 '피어링은 무상'이라는 관행이 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인터넷 생태계와는 동떨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프랑스 주요 ISP들의 피어링 중 페이드 피어링 비중이 2012년 20%, 2019년 53%, 2020년 47%로, 7~8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미국의 주요 ISP인 컴캐스트도 피어링 서비스를 유상 판매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ISP의 망을 이용할 뿐이고, ISP와 트래픽 교환의 균형을 맞출 수 없는 CP는 ISP와의 피어링 연결에서 무정산 관행을 주장할 수 없고, 그 사이에 무정산 관행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없다"고 역설했다.
7시간 마라톤 논쟁에도 여전히 평행선…뜨거운 감자 '망값 논란' 실마리도 안 나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갈등은 최근 ICT(정보통신기술)업계를 휩쓸고 있는 망사용료 논란의 시발점이다. 그만큼 이들 양사의 재판에서 새로운 논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으나, 이날 공판 역시 양측의 입장 표명만이 되풀이되며 과거 공판의 '재탕' 수준으로 그쳤다.
이들 양사의 7차 변론기일은 오는 11월28일 오후 3시로 정해졌다. 다음 변론기일에는 증인 신문 및 양측의 추가 변론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CP와 ISP의 재판이 벌어진 이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통신3사는 긴급간담회를 열고 망이용대가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최근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 유튜브, 트위치 등도 망값 논란에 본격 참여하면서 여론전을 진행하자 통신업계도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