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사 기강도 잡는다…삼성화재 이어 삼성생명 등 무더기 제재
삼성생명 등 25곳 주요보험사·GA 설계사 사기 적발
삼성화재, 제재조치…경영유의 10건·개선사항 11건
금감원 "삼성화재, 보상담당임원 성과지표에 비급여 항목 포함"
"높은 비중으로 반영돼 가입자 보험금 삭감 유인으로 작용해"
[서울=뉴시스] 남정현 한재혁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감독 기조를 강화하고 나섰다. 보험업계는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에 3900만 명이 가입돼 있는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삼성화재와 동양생명에 경영유의 등의 제재조치를 내린 데 이어 14일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 24곳의 주요 생·손보사와 대형 GA(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에 대한 제재를 공시했다.
1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4일 삼성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메리츠화재·미래에셋생명 등의 보험사와 GA코리아·리치앤코·메가·피플라이프·DB금융서비스 등 독립대형GA·보험사자회사형GA 소속 설계사 총 31명에게 등록취소를 비롯해 90일·180일 신규영업 중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들 설계사들은 실제로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편취했다. 일례로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 A씨는 물건을 옮기다 다쳤다는 이유로 요추의 염좌·긴장 등의 병명으로 입원했지만, 실제로는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고 입퇴원확인서를 발급받아 308만원의 보험금을 받아 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지난 2016년 제정됐지만 보험사기는 갈수록 진화해 지난해 적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12개의 개정안이 국회의 계류돼 있는 상황인데, 특히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연루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수 담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일부 개정안'은 보험회사에 종사하고 있는 임직원 등이 직접 가담한 경우 가중처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보험설계사가 보험사기 범죄를 행해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경우 즉시 자격이 취소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 7일 금감원은 삼성화재와 동양생명에 다수의 경영유의·개선사항 조치를 내렸다. 삼성화재는 경영유의 10건, 개선사항 11건 등의 제재조치를 받았다. 이와 함께 과징금 6억8500만원, 과태료 2억8000만원 등 총 9억6500만원의 제재를 부과받았다. 동양생명보험엔 경영유의 11건, 개선사항 18건의 조치가 내려졌다.
삼성화재는 임원 보수와 관련된 사항이 제대로 심의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또 회사 내규상 계열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일상감시를 실시토록 정하고 있지만, 실무가이드에 의해 56억6000만원에 대한 일상감시가 생략됐다.
이 외에도 ▲보험요율 산출 업무 미흡 ▲보험금 수령 방법 변경 시 업무처리 불합리 ▲실손보험 급여 본인부담금 상한 초과액 보상 절차 미흡 ▲질병 치료를 위한 보험금에 대한 상계 업무 부적정 등 보험가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사항에 대해 무더기로 제재조치를 받았다.
특히 삼성화재는 장기보험보상을 담당하는 임원에 대한 성과평가지표에 비급여 심사 조정 항목을 높은 비중(15%)으로 반영하고,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위탁 손해사정업자에 대한 평가지표에 비급여 적정보험금 항목을 높은 비중(25%)으로 반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는) 보험금 지급 심사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과 위탁손해사정업자에게 보험금을 삭감 또는 면책 유인으로 작용해 보험금 부당 삭감·면책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는 공정한 보험금 지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합리적 성과 평가 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취임 초부터 보험가입자 보호책 강화를 강조해 온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6일 보험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지원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개정안 중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도 최소한 상반기에 입법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삼성화재의 경우 정기검사의 텀(간격)이 길다 보니 특이할 정도로 제재 수가 많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전 업권을 대상으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29개 금융회사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금감원은 검사체계를 기존 종합·부문검사에서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하면서 업권별 정기검사 주기를 지주계열 시중은행 2.5년, 대형 생·손보사 4년, 중형 생·손보사 5년 등으로 정했다. 올해 정기검사 대상 보험사는 4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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