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교민 28명 탈출시킨 '프라미스' 작전…軍 합동전력·UAE 지원
수단 카르툼에서 포트수단 육로 이동→수송기로 사우디 이송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 관련 정보 총동원…우방국 UAE 도움
[성남=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3.04.25. [email protected]
이번 작전은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육·해·공군 합동전력이 최초로 투입된 작전으로 기록됐다. 또 현지 정보 및 교민들의 이송에 있어서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7분경 수단 교민 28명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시그너스)가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공항 현장에서는 이종섭 국방부장관, 이도훈 외교부2차관 등이 직접 교민들을 맞이했다.
수단 교민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기 위한 '프라미스' 작전은 지난 15일 수단 내 군부간 교전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외교부는 수단 내 교전 발생 직후 재외국민대책반을 설치·운영했으며, 공관원을 포함해 수단 내 거주하는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인했다.
이후 박진 외교부장관 또는 이도훈 제2차관 주재로 매일 공관, 관계 부처, 주변국 및 우방국과 함께 ▲상황 공유 및 정세 분석 ▲우리 국민 안전 확보 방안 ▲긴급 시 국민 대피·철수 가능성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 등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이어 외교부는 안보실 주관 관련 부처 긴급회의 후 위기경보 4단계(심각)를 발령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는 현지에서 무슬림 라마단 기간 후 휴일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고려해 반드시 23일 내에 빠져와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도 지난 21일 재외국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C-130J) 및 관련 병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군은 장관의 지시 이후 3시간 만에 C-130J(허큘리스) 수송기를 즉각 투입했다. 허큘리스에는 승무원 20명과 항공통제사, 707 대테러특수임무대 등 48명이 탑승했고, 곧장 지부티 미군기지로 향했다.
[서울=뉴시스] 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가 벌어진 수단에 체류중이던 우리 교민들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하여 박준용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의 환대를 받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3.04.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군은 차선책으로 수단 교민들의 육상 이동을 결정했다. 교전이 확대되지 않은 안전한 지역까지 육상으로 이동한 뒤 군 수송기를 투입해 교민들을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송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 모든 정부의 정보력이 모였고, 최종적으로 UAE의 컨보이를 이용해 수단 카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포트수단까지 이동한 후 군의 C-130J 수송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까지 이동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포트수단은 수단 카르툼에서 동북쪽으로 840여 ㎞ 떨어진 항구 인근의 도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근접해 교민들의 이송에는 유리하지만, 현지 상황, 지형, 기후, 교민안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을 때 이동 거리가 1170여 ㎞에 달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UAE와 함께 포트수단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도움을 제안한 여러 나라 중 UAE의 경우 현지 세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제안보다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한 육로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UAE의 컨보이를 이용해 함께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또한 "Your people are our people"이라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서울=뉴시스] 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가 벌어진 수단에 체류중이던 우리 교민들이 23일(현지시간) 수단 북동쪽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서 우리 군 C-130J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3.04.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교민들의 거주지가 격전지 근처 아홉 군데에 흩어져 있어 대사관에 결집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사관이 비교적 식량 등 물자가 풍부하고 발전기가 있어 대피하기에 적당하다는 외교부의 종합적 판단이 있었다.
국방부의 최초 판단은 24일 오전 중 포트수단에 도착하는 계획이었다. 다만 운행 도중 차량 고장으로 인해 다소 시간이 지체됐고, 이로 인해 오후 24일 오후 9시40분이 돼서야 포트수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포트수단까지 도착한 교민들은 군 수송기 C-130J에 탑승했고 오후 10시28분 이륙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는 오후 11시8분에 도착했으며, 관련 절차를 밟고 이날 오전 2시54분 한국으로 가는 KC-330 수송기에 탑승해 같은 날 오후 3시57분 귀국했다.
우리 측은 공항 이동 과정에서 일본 교민의 합류도 도왔다. 일본 대사관 측과 교민이 합류 지점에 도착하기까지 길을 헤맸고, 이에 우리 측 기사가 직접 찾아가 길을 안내했다. 이밖에도 튀르키예와 UN, 프랑스도 한국에 도움을 제시하는 등 서로 돕고 돕는 '외교전의 종합판'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성남=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해 가족을 만나고 있다. 2023.04.25. [email protected]
또 이번 작전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육·해·공군 합동전력이 투입된 최초의 작전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은 신속한 합동전력 투입을 통해 교민 탈출을 가장 빠르게 진행한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한편 현지 대사관은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로, 재외국민 상주 가능성을 고려해 총영사관에 대타 임무를 부여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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