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5대 '매의 눈' 23만 오산 24시간 감시…관제센터 가보니
재난·범죄 예측 VS 개인정보 침해…'지능형 CCTV' 딜레마
CCTV 설치 폭증, 요원 1인당 적정대수의 10배 이상 관제
징후 판단기준 모호, 요원 재량맡겨 한계…행안부, 法개정
[오산=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관제요원이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이 관제센터는 16명의 요원이 4개조 3교대로 24시간 365일 관제한다. 경찰관 3명도 상주한다.
이 곳에선 인구 23만3953명의 오산 전역(42.76㎢)에 그물망처럼 깔려 있는 2465대의 지능형CCTV 영상을 볼 수 있다. 2013년 12월 개관한 지 9년 만인 지난해 지역 내 모든 CCTV를 지능형CCTV로 전환했다.
지능형CCTV는 인간을 대신해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위험이 감지되면 경찰과 소방에 실시간으로 알려 골든타임 내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한다.
한 사람의 수상한 행동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분석해 재난·범죄 현장임을 인지하고 그를 특정해 검거하는 식이다. 이를테면 한밤 중 후미진 골목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쓴 남성이 젊은 여성을 뒤따라가면 위험도를 높게 책정되는 것인데, 비슷한 패턴이 대낮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복판이라면 위험도는 크게 낮아진다.
이는 공원 흡연, 쓰레기 불법투기, 현수막 무단설치, 반려견 목줄 미착용, 초등학교 등·하교 안내방송 등에도 활용된다.
[오산=뉴시스] 오산 전역에 그물망처럼 깔려 있는 2465대의 지능형CCTV 모습.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지난해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후론 인원 수를 자동으로 세 밀집도를 측정하는 '피플카운팅' 기능을 더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감시구역 내 반경 1㎡당 0.3명이 모이면 '관심', 6.0명이면 '심각'으로 진단하고 스피커 경고 방송으로 분산을 유도하게 된다. 이는 이태원 참사 당시 골목의 밀집도가 1㎡당 7.7명이었다는 국과수 발표를 토대로 오산시가 도시 구조와 지리적 위험도를 따져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이다.
김영혁 오산시 스마트교통안전과장은 "관제요원이 방대한 양의 CCTV 영상을 항상 보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범 지역을 중심으로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해당 영상만 선별적으로 요원이 관제함으로써 효율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산시는 3000대까지로 늘려 2027년까지 AI 기반 지능형CCTV로 전면 전환하는 게 목표다. 이권재 오산시장은 "매년 40대씩 늘려가는 중으로 시 면적 대비 3000대 정도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CCTV 고도화 만큼이나 요원 교육도 중요하다"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 지 알 수 없는 재난과 범죄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AI 기반 지능형 관제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 18일 오후 과학적 재난안전관리 추진 상황 현장 점검의 일환으로 경기도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24시간 시민의 안전을 지켜보는 관제요원들은 불안정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인력 교체가 잦다. 처우는 열악한 반면 근로 강도가 높은 탓이다. 숙련도가 떨어져 관제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산시만 하더라도 요원 1명이 모니터링하는 CCTV는 575대에 달한다. 이는 행안부가 파악한 1인당 약 360대보다 훨씬 많다. 행안부가 권고하는 1인당 적정 관리 CCTV 수는 50대 수준이다.
방범 관제업무를 맡는 장정숙 오산경찰서 경감은 "요원 1명이 500대 이상을 보는 구조인데다 주말의 경우 (인구)이동량이 많다보니 실시간으로 완전히 관제하긴 어렵다. 우범 지역과 특정 시간대 위주로 관제할 수 밖에 없는 게 한계"라고 전했다.
김영혁 과장은 "관제 업무량이 행안부 기준의 10배가 넘는데는 요원 채용에 한계가 있는 탓인데 지방재정 수준에 따라 그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면서 "CCTV를 모두 다 봐야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다. 정부가 지능형CCTV를 늘리는 것 외에도 10년 전과 똑같이 설정돼 있는 1인당 관제 범위 등을 R&D 과제로 포함해 개선해나가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산시에서 10년 가량 관제 업무를 해온 현연순 요원은 "그나마 2000년도에 임기제공무원으로 전환시켜준 뒤 소속감이 생겼지만 대부분의 관제요원은 용역 형태의 단기계약직이어서 고용이 불안하다. 고용 상태가 바뀌지 않는 한 시민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정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관제 사각지대가 남아있는데다 위험 징후 판단기준이 모호해 요원 재량에 맡기는 점도 문제다. 지자체별 격차가 큰 관제 수준을 좁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현장지휘단에서 재난지휘자를 운용하는 김반석 오산소방서 소방교는 "소방 입장에선 대부분의 CCTV가 하향 방면으로만 찍히는 데 반해 도로 외 건물·차량·임야 등에서 찍히지 않아 사각이 존재한다는 게 아쉽다. 반경을 좀 더 확대한다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예방·대비 단계에서부터 볼 수 없는 점도 한계"라고 언급했다.
인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역시 여전하다. 오산시만 하더라도 지난 한 해 관제 실적이 3만9770건에 달한다. 이 중 영상정보 열람·제공한 건수는 2202건(5.5%)이나 된다. 5년 전인 2017년의 1378건보다 59.8%나 폭증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재난 목적으로 CCTV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 개인정보를 침해할 여지는 없지만 지자체에서 기준 없이 할 경우 그런 문제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면서 "장비 고도화와 함께 지자체별 천차만별인 관제 수준을 동일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오산 관제센터를 비롯한 전 지자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를 재난대응 플랫폼으로 전환·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내 관제체계 운영모델을 마련하고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 CCTV 영상 정보를 대응 단계뿐 아니라 예방·대비 단계에서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명균 행안부 생활안전정책관은 "대응 전 단계에서 최소한 범위에서 필요한 CCTV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며 "개인의 기본권 침해 등 문제가 없도록 실무협의회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민간 전문가 등을 참여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오산시 및 경찰·소방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과 과학적 재난안전관리 추진 상황 정책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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