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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은 나, 꼭 불행해야 하나요?[인터뷰]

등록 2023.05.26 04:48:53수정 2023.05.26 08: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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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유튜버 원샷한솔 인터뷰

18세 때 시력 상실…희귀병 LHON

"뉴욕 직접 가 보고, 유튜버 결심"

"경영학과 시험? 암산·칠판 활용"

"오세훈 서울시장과 버스 타고 싶어"

"'선한 영향력'이란 말 부끄러워"

[서울=뉴시스]지난 19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원샷한솔 제공) 2023.05.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19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원샷한솔 제공)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한국 사람들은 장애를 어렵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요. 그런데 제 삶이 그렇게까지 불행한 것 같지는 않았어요."

국내 미디어 속 장애인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 안타까움을 자아내거나,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장애인을 연민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자립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얘기하면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구독자 약 60만명을 가진 유튜버 원샷한솔이 지난 19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18세 때 희귀병인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으로 시력 대부분을 잃게 된 후천적 중증 시각장애인이다. 국내 최초로 '점자 실버버튼'을 받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미국 출장이었다. 그는 "뉴욕에 장애인 관련 대외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정말 다양한 직업군에 장애인이 있고, 이에 대해 아무도 개의치 않더라"면서 "그걸 보고 '나도 못 할 게 뭐냐'라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원샷한솔은 지난 2월 '"이러다가는 저 기절하겠어요.." 거침없는 경규옹과의 첫 바다 여행'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원샷한솔 유튜브 영상 캡처) 2023.05.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원샷한솔은 지난 2월 '"이러다가는 저 기절하겠어요.." 거침없는 경규옹과의 첫 바다 여행'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원샷한솔 유튜브 영상 캡처)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장애인은 불행하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듯, 원샷한솔의 콘텐츠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띤다.

특히 쇼츠는 유머러스한 상황극 위주다. '시각장애인에게 돈 빌리려던 친구의 최후' '시각장애인이 변태가 되는 충격적인 순간' 등이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대부분 실제 경험에서 나온 소재라고 한다.

지난 2월에는 방송인 이경규와 함께 바다낚시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원샷한솔이 손끝으로 물고기를 더듬으며 질겁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다. 그는 "그때 물고기 눈알 감촉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진짜 콧물 만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지난 19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원샷한솔 제공) 2023.05.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19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원샷한솔 제공)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학 전공으로는 경영학과를 선택했다. '남들이 제시하는 길로만 가기 싫어서' 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택하는 사회복지학과와 특수교육학과가 아닌 전공에 도전했다.

그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경영학과 가서 뭐 할 거냐'며 말렸지만, 그래도 난 가야겠다 싶었다"면서 "'왜 그동안 (시각장애인은)아무도 안 갔다는 말만 할까. 그렇다면 내가 가겠다. 고생은 내가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진짜 힘들더라. 오티를 갔는데 조가 15명씩 20개였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교재는 다 그래프에다가, 계산기를 두들기는 시험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샷한솔은 시험을 볼 때 암산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계산기 사용을 부탁했고, 칠판에 그래프를 크게 그려 달라 한 뒤 교수 앞에서 혼자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 하나하나가 학교에 장애인 시설 및 정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직접 설립한 건대 장애인권 동아리 '가날지기' 활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사실 나는 경영학과를 졸업한 건지 학교에 건의하러 간 건지 모르겠다. 진짜 5년 동안 건의만 하다가 나온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뉴시스]원샷한솔은 지난 4월 '이거 현실 맞습니다... 서울시장이 충격받은 이유'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원샷한솔 유튜브 영상 캡처) 2023.05.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원샷한솔은 지난 4월 '이거 현실 맞습니다... 서울시장이 충격받은 이유'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원샷한솔 유튜브 영상 캡처)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원샷한솔은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오 시장은 점자 블록이 끊겨 있거나, 횡단보도 음향 신호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시각장애인을 위협하는 시설 문제를 보고 유감을 표했다.

오 시장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세훈TV'는 해당 영상에 "영상에서 문제가 됐던 시설은 고쳤다. 서울을 전수 조사해서 정비할 예정이다. 덕분에 '배리어 프리(사회적 약자를 위해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 서울'에 더 가까워졌다"는 댓글을 남겼다.

촬영 당시의 소감을 묻자 그는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촬영이 끝난 후에도 (오 시장에게)'한 번으로 안 된다, 또 하셔야 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구체적으로는 "함께 버스에 타 봐야 한다. 서울시 장애인 버스 요금이 이제 무료가 되는데, 정작 장애인들은 버스에 타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같이 마트에 가서 과자나 음료도 사 보고 싶다"고도 했다.

결국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동정심이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해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인 셈이다. 원샷한솔은 유튜브 활동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지난 19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원샷한솔 제공) 2023.05.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19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이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원샷한솔 제공)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원샷한솔의 가장 큰 기쁨은 '소통'이다. 그는 "유튜브가 없었어도 강연자, 상담사처럼 말하는 직업을 했을 것 같다"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서로 왔다 갔다 하는 그 에너지의 호흡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반면 가장 부끄러워하는 말은 '선한 영향력' 다섯 글자라고 한다. 그는 "이 세상을 바꾼 건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줘서 기사가 났고, 각종 기관에 건의 메일을 보내 줘서 많은 것이 변화했다. 좋은 세상에 빨리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모두 살면서 예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기쁜 일들도 있더라. 두려움 속에서 즐거움을 바라보면서, 다 같이 힘내면서 살아 보자"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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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지 리포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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