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뿐 아니라 김·미역까지"…식품업계, 방사능 검사 강화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방류되기 전에 구매하겠다는 소비 심리로 천일염, 즉 소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소금 뿐만 아니라 김, 미역 등 수산물 소비 위축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의 카트에 소금이 쌓여 있다. 2023.06.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시민들의 먹거리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 전 천일염을 사재기하는가 하면 김이나 미역·다시마 등 수산물을 사재기 하는 소비자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급식 재료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등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수산물을 취급하는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사조대림·오뚜기 등 참치 원물을 가공해 통조림 제품을 제조하는 식품사들은 방사능 안전 검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동원그룹은 이미 올해 초부터 원재료 및 완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위해 방사능 분석을 대폭 강화하는 등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원은 원재료 및 완제품의 검사 항목을 2배 늘렸고, 분기별 1회 또는 연 1회였던 검사 주기 역시 매월 1회 또는 분기별 1회로 강화했다.
또한 공인 기관인 내부 식품안전센터와 더불어 외부 공인기관까지 투트랙으로 검사 기관에 대한 기준도 한층 강화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동원 참치는 남태평양에서 어획 하고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무관하다"면서도 "오염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알고 있기에 검증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사조대림과 오뚜기도 일단 기존대로 방사능 안전 검사를 유지하면서 품질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오염수 방류에 따라 국산 소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암염·호수염 등으로 대체하거나 유럽권 수산물을 수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일례로 후쿠시마 오염수로 국산 소금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암염이나 호수염을 대체제로 사용한다거나 아시아권이 아닌 유럽권 수산물을 수입해 사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급식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CJ프레시웨이는 당분간 랍스터와 대게, 새우, 훈제연어 등 국내 수요가 높은 대중성 어류는 북유럽 등에서 대체 품목을 수급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워홈은 일반 수산물 전 품목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지난 4월 완료했으며, 추가 재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공급량이 많은 가자미·삼치·고등어·동태·갈치 등 냉동어류는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 4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오염수 방류 대응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남해에서 잡히는 11개 어종에 대해 매월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기 이전부터 선제적인 검사를 진행해 향후 방류 시 방사능 영향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오염수와 무관한 해역인 대서양의 수산물 어종을 신규 발굴하고, 어류 단백질을 대신할 수 있는 육류 및 식물성 단백질 메뉴를 개발하는 등 선제적인 대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물을 취급하지 않거나 취급양이 적은 업체들은 아직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양식품은 "일본 오염수 방출이 라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농심은 새우깡 제조 등에 일부 수산물을 사용하지만 아직 특별한 대책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입장 발표에 소극적인 업체도 있다. 김부터 어묵 등 다수의 수산물 제품을 취급하는 한 주요 식품업체는 오염수 관련 대책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전부터 방사능 검사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오염수 관련 대책 등 입장을 발표하면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빕스·뚜레쥬르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도 오염수와 관련해 "현재로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식품사들의 자체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나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수산물 제품 구매 감소 및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는 데 사용된 물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닷물에 희석시켜 해저터널을 통해 후쿠시마 해안 1㎞ 바깥의 바다에 방류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이 이달 중 방류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르면 이달 중 내놓을 최종 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이번 여름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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