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언론기관장들 "비판 언론에 폭거…쿠데타 수준"
한상혁·정연주·남영진·권태선 등 긴급기자회견
[서울=뉴시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1일 과천정부청사 방통위에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심지혜 기자)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해직된 방송 관련 기관장들은 11일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 철저히 파괴되고 유린되고 있다"며 현 정권의 언론정책 문제점을 알리고 국민 지지를 구해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심신의위원회 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한상혁 방통위원장 해임 이후 3개월 사이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비판언론에 자행한 폭거는 가히 쿠데타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2명의 여당 추천위원들만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고치는 편법을 동원해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게 만들었고,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공영방송 이사진 5명을 무더기 해임했다"며 "이명박 정권 당시 언론장악 주도했다는 이유 등으로 현역 언론인 80% 이상과 야 4당 모두 반대한 이동관씨를 기어이 방통위원장에 임명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제는 신학림-김만배 대화 보도를 빌미로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비판언론에 대한 수사 등 조사에 나선 것도 모자라, '사형'이나 '폐간' 등의 용어까지 들먹거리면서 겁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과를 보면 윤석열 정권의 목표는 단순히 KBS나 MBC의 경영진을 교체해 그를 정권의 도구로 만드는데 그치는 것 같지 않다"며 "이명박 시대의 언론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보도지침'과 '언론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까지 퇴행하는데 있는 것 같다"며 "비판보도 언론은 검찰 수사 등을 동원해 겁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켜버리고, 가짜뉴스 근절 명분으로 언론의 보도내용에 개입함으로써 상시검열하고, 나아가 그것을 보도지침화하는 언론환경 조성이 최종 목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출범 후 나타난 과정들을 언급하며 "향후 미칠 파장의 정도에 비춰볼 때, 언론에 대한 쿠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저희는 이 언론 쿠데타가 끝끝내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정권 언론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선 "무엇보다 현직 언론인을 포함한 언론계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행동해줄 것을 촉구하고 싶다"며 "나아가 시민사회 역시 언론 문제를 먼 산의 불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법부를 향해서도 "사법부가 방송 독립과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고, 절차적 실체적 위법행위를 저지르며 권력을 남용한 방통위를 사법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헌정질서 수호자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 할 때, 우리는 '언론 쿠데타'를 저지하고,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 그리고 우리가 소중히 가꿔온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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