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③]"에너지 믹스가 중요…남은 대안은 원전 뿐"[뉴시스 창사 22년]
총선 앞두고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검토
신임 산업장관 "원전 생태계 조기 회복"
전문가 "가스 줄이려면 원자력 늘려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여름 최대치를 기록해 가정, 소상공인 전기요금도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전력량은 5만 천여 기가와트로 집계됐다. 이는 7-8월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건물의 전기계량기 모습. 2023.09.0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신중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내년 총선까지 겹치며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위기감이 높아진 가운데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이 교체되면서 위기 해소를 위한 우리 정부 대응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24일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부와 기획재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한전은 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해 산업부에 제출했다.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고민하는 이유는 이미 수차례 인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유연탄 등 연료가격 하락으로 4분기 ㎾h당 1.8원 인하가 가능해졌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한전은 재무상황과 이전에 연료비를 조정하지 않은 상황 등을 감안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 인상으로 동결한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1조원 누적된 상태다. 이는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이런 상황이면 내년 신규 한전채 발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해 2분기부터 연이어 약 40% 인상했지만 국제 에너지가격이 고공행진한 것을 모두 반영한 인상 폭은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서민 부담을 우려해 수차례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놓친 탓에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역대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전년 말 대비 3조6579억원이 불어난 12조2435억원이 됐다.
전쟁의 여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 수입 가격이 치솟자 무역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무역적자가 15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 인상이 물가까지 압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까지 드리우고 있다.
이처럼 국제 에너지 위기는 우리 경제는 물론 무역, 소비자 물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에너지 믹스 조정'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특히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에너지 믹스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촉발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에너지 안보 이슈가 에너지 정책의 한 핵심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라며 "가스 가격 상승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다보니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라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이 가스의 의존성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화두가 되고 정부는 전기 생산에 있어 가스의 의존성을 줄여야하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믹스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에너지 믹스 재정립을 추진한다. 새 수장으로 취임한 방문규 장관은 에너지 위기 해소라는 무거운 과제를 받아들었고, 그 방안으로 '원전 생태계 조기 회복'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서울=뉴시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경남 창원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원전 주기기 및 보조기기 납품 및 원전 기자재 수출 업체 대표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전 기자재 업체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09.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방 장관은 취임사에서 "현실성 있는 에너지 믹스를 추진할 것"이라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원전의 생태계 복원을 조기에 완성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탄소포집저장(CCUS), 수소 등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가 이슈가 된 상황에서 남은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원자력의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서 실제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 서게 되면 재생에너지는 계속 늘려나가야 하고 두 가지 변수인 가스와 원자력 중에서 가스 의존성을 줄인다면 원자력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향후 석유, 가스, 핵심 광물 등 자원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간헐적인 발전원을 감안한 전력계통 보강, 시장 경제에 부합하는 전력시장 운영 등 에너지 인프라와 제도를 속도감 있게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방 장관과 함께 취임한 김동철 한전 신임 사장 역시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특히 김 사장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해나가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전력공급비용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신기술 확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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