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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이 산업현장 무법천지 만들까?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③]

등록 2023.11.10 06:02:00수정 2023.11.10 0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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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10곳 중 9곳, 입법 반대

불법 행위·사업장 점거 등 우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민주노총 광주지역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안전 운임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2022.12.07.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민주노총 광주지역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안전 운임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2022.1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파업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막고, 하청 노동자 노동쟁의 범위를 원청 기업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기업들은 이 노란봉투법이 입법화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 대다수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반대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제조업체 202개사를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의 88.6%가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노란봉투법이 입법돼 예상되는 영향으로 기업들은 '빈번한 산업현장 불법행위'(56.9%)와 '사업장점거 만연으로 생산차질 발생'(56.9%)을 가장 우려했다. 이어 '손해누적에 따른 경영 타격'(50.5%), '정치투쟁 증가'(30.2%), '국내기업 생산투자 기피'(27.7%), '외국기업 국내투자 기피'(16.3%) 등이 뒤따랐다.

업종별로 고민도 깊다. 조선업계는 노란봉투법이 현실화하면 가장 타격이 큰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불법 도크 점거 같이 공장 가동 전체를 멈출 수 있는 불법 파업이 합법화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6월2일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가 파업에 들어가며 불법으로 1도크를 점거해 창사 이래 50여년만에 처음으로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 기간 손해액은 회사 추산으로 8000억원에 달한다. 조선업계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이 같은 불법 파업이 또 한번 극성을 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철강업계도 노란봉투법 제정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일관제철소는 고로 공정에서 압연 공정까지 24시간 가동된다. 어느 한 공정이라도 가동을 멈추면 쇳물 생산 자체를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노란봉투법이 현실화하면 노조원들의 파업 빈도가 잦아질 것으로 본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지난해 10월 노조 파업으로 열연1,2공장의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이 여파로 2주간 당진제철소 냉연1,2공장을 휴업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도 노란봉투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계의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자동차 노조는 과격한 투쟁을 더 늘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한국GM에선 사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노조가 카허 카젬 전 국GM 사장 집무실까지 강제 점거한 바 있다. 당시 한국GM 노조원 50여명은 '사장실 항의방문'이라는 명분으로 경비원 제지를 뚫고 사장 집무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쇠파이프로 카젬 사장 집무실내 책상 등 집기를 부수고, 카젬 사장은 다른 곳으로 집무실을 옮기기까지 했다. 이때도 해당 노조원에 대한 사내 징계가 이뤄졌지만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는 없었다.

택배업계도 노란봉투법이 위협적이다. 지난해 2월 택배노조원 일부는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해 19일 동안 불법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해 말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등 관련자들을 검찰에 송치한 데 이어 같은 달 재물손괴, 업무방해, 건조물 칩입 등 혐의를 받는 택배노조원 4명을 추가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건설현장에서는 파업과 태업이 일상화돼 있어서 손해배상 청구권이 노조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데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이마저도 없으면 어떻게 사업을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도 "한국에서만 유독 불법 파업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사장실을 불법 점거해도, 본사를 장기 점거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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