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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의결권 10배 확대"…복수의결권, 오늘부터 허용

등록 2023.11.17 06:01:00수정 2023.11.17 06: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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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벤처 경영권 방어

마지막 투자 50억, 총 투자 100억 이상 가능

발행은 주식총수 4분의 3 이상 동의 필요해

발행요건 어렵고 까다로워…주주 설득 험난

[서울=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현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현판.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벤처기업계의 숙원이었던 복수의결권 제도가 17일 시행되는 가운데 시장 안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에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경영권 안정은 딜레마 관계에 있다.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를 받게 되면 창업주의 의결권이 희석되고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관철하기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복수의결권주식이다. 창업주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주의 동의를 통해 기업 성장 동안 한정적으로 경영권을 안정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은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제도다.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의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한다.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에게만 발행이 가능하다. 창업주는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이다. 지분을 30% 이상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는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발행이 가능해진다. 창업 이후 누적 투자 금액 100억원 이상, 가장 나중에 받은 투자가 50억원 이상이여야 한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선 법률에서 정한 사항을 회사의 정관에 기재해야 한다. 정관개정과 복수의결권의 발행 모두 발행주식총수 4분의 3이 동의를 요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를 통해야 한다.

복수의결권 존속기간은 최장 10년이다. 복수의결권 발행에 성공해도 10년 이후에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비상장기업에서 상장기업으로 올라설 경우 기한은 최대 3년으로 줄어든다. 편법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상속·양도, 창업주의 이사직 상실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돼 대기업 활용도 불가능하다.

주주권익이나 창업주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안건에서는 활용이 안된다. 복수의결권주식이라도 1주당 1의결권으로 제한된다. 안건은 복수의결권 존속기간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책임의 감면, 감사와 감사위원의 선임·해임, 자본금 감소의 결의, 이익의 배당, 해산의 결의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중기부에 보고할 의무를 가진다. 언제든지 관련 사항을 열람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본점과 지점에 비치·공시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중기부가 관보를 통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보고한 벤처기업의 명단을 고시한다. 누구든지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주식과 관련된 위반 행위에 대해선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다. 관련 혐의에 대해 중기부는 직권 조사가 가능하다. 과태료, 비치와 공시의무 위반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받는다. 발행 보고 등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허위 발행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시장 안착을 위한 걸림돌도 존재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발행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창업한 후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에 받은 투자는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마지막 투자를 받기 전까지 창업주는 30% 이상 의결권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30% 미만으로 지분율이 떨어진 경우에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지분 희석이 이미 진행 돼버린 벤처기업 창업주는 복수의결권주식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 정관개정을 거쳐야 하는 방식도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다.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주주가 찬성해야 하는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자를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요건이 까다롭다. 문턱이 높아 시장 안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발행 요건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시 3년 후 보통주로 전환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의 상장 회피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3년의 보통주 전환 유예 기간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3년 후 창업주의 의결권은 축소된다. 복수의결권주식의 비중에 따라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닥칠 수 있다.

창업주는 증시 상장에 대비해 틈틈이 보통주를 매입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창업주가 자체 자본금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창업주의 사업 자금 '돈맥경화'를 풀어주고자 하는 법안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게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설립 후 인수합병, 투자 등으로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영자가 배제된다는 시각도 있다. 설립 당시 발기인에 한해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설립 이후의 실질적 경영자에게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없다.

경영 악화로 다른 기업인에게 인수합병 되는 경우,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상속·양도에 의해 지배구조가 바뀌는 경우는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벤처·스타트업계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도 했다.

벤처기업협회가 복수의결권주식 제도 시행에 맞춰 제도 도입 의향과 도입 시 애로 파악을 위해 벤처기업 29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타났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시 예상되는 어려움(중복응답)에 대해 '발행요건 충족' (31.1%), '총주주 동의'(29.4%), '주식대금 납부'(18.9%), '보통주 전환'(10.3%) 등으로 분석됐다.

중기부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 안착에 집중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 300여개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의 이점을 홍보하고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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