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앞두고 위기 맞은 정봉주…'막말'에 박용진 '재심' 청구
과거 '목발 경품' 발언 논란 재점화…선대위 "언행 주의·공천 취소" 경고장
박용진 "여론조사 사전유출 의혹 등 불법행위" 주장…19일 인용 여부 결정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연수원 발대식에 참석해 정봉주 교육연수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본선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막말 논란이 재점화하자 총선을 이끄는 선거대책위원회가 공개 경고장을 날렸고, 경선에서 맞붙은 박용진 의원은 재심 신청에 나섰다.
14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은 전날 김민기 상임선대본부장 명의로 모든 총선 후보자에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문은 선거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선거운동 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주의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해 긴급 징계할 것임을 강력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처는 이해찬, 김부겸,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위원장은 선거대책회의에서도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선거 전체 국면을 망칠 수 있다"며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민주당이 선대위 차원에서 후보자들에게 공지를 내린 것은 정 전 의원의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2017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를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반인륜적 망언"이란 지탄을 받았다.
그는 평창 올림픽 관련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에 대해 대화하던 중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 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발목지뢰'는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우리 군 부사관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북한의 목함지뢰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2019년 10월에는 조국 사태 관련 당에 반대 의견을 낸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 "너 한번 만나면 죽여버려" 등의 폭언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비난 댓글을 단 누리꾼들에게도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정 전 의원 사례를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연일 국민의힘을 향해 공격의 날을 세우더니 등잔 밑이 어두웠다"며 "서울 강북을에 공천이 확정된 정봉주 후보의 막말과 욕설이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발 경품' 발언에 대해 "목함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발언으로 의심될 만한 상황"이라며 "국가관이 비뚤어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총선에 나선 후보의 가치관과 인식이 끔찍한 수준"이라며 "유튜브 콘텐츠를 삭제했다고 하나, 그런다고 해서 국민의 기억에서까지 (논란의 발언을) 삭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의원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목발 경품' 발언 직후 당사자께 직접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 등을 즉시 삭제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과거 제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문제가 된 정 전 의원의 발언은 오래전 일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동작을 지원 유세 현장에서 정 전 의원의 '목발 경품' 발언 논란에 대해 "본인이 당시 발언 직후 사과했고 영상도 즉각적으로 내렸다"며 "잘못했지만 사과드렸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으니 양해 말씀을 드린다"고 감쌌다.
이어 "다시 사과 말씀드렸다는 얘기도 보고받았다"며 "이러한 말실수와 또 과장된, 잘못된 표현 책임져야 마땅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의 재심 신청도 본선행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강북을 경선에서 정 전 의원에게 패한 박 의원은 전날 경선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달 진행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와 관련해 사전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등 경선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론조사 시작시간은 2월24일 낮 12시50분으로 확인되는데 정봉주 측은 여론조사가 시작되기 19분 전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며 "이는 여론조사 진행 여부를 사전 기획한 구체적인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 후보가 민주당 지지층에서 절반이 넘는 52%를 득표해 1위 했다는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무차별적으로 공표해 당내 경선의 공정성을 해쳤다고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 선관위와 경찰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정 전 의원 측이 경선 투표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인 경선을 위한 휴대전화 청구지 주소 이전 또는 권리당원·안심번호 이중투표 정황이 포착됐다며 관련 보도를 제시했다.
민주당 재심위원회는 16일 오후 9시 회의를 열어 박 의원의 재심 신청 등에 대한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재심위 관계자는 "공천 국면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축적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재심 사유의 타당성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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