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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저장강박 딸과 함께 죽고 싶었습니다"

등록 2024.04.18 10:28:21수정 2024.04.18 10: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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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모, 정신질환 딸과 새 삶 시작

광명시, 위기가정 찾아 도움

고난도 사례 33건 등 329건 지원중

[광명=뉴시스] 광명시 소속 사회복지사가 위기가정을 찾아 상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음.(사진=광명시 제공)2024.04.18.photo@newsis.com

[광명=뉴시스] 광명시 소속 사회복지사가 위기가정을 찾아 상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음.(사진=광명시 제공)[email protected]


[광명=뉴시스] 문영호 기자 = #1 경기 광명시에 살고 있는 한애순씨(가명,46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저장강박증으로 각종 물건들을 집안에 쌓아둬 악취가 동네까지 진동했다. 쌓인 물건으로 한 씨의 일상생활 유지도 어려웠다. 함께 사는 어머니 신명자(가명,74세)씨가 병원치료를 권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 씨조차도 집으로 들어가지 못해 친척집과 식당 등을 전전했다.

아파트관리비와 임대료, 건강보험료가 장기간 체납됐지만 식당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고령의 신 씨가 감당하기에는 힘에 겨운 상황이었다.

#2 누수문제 해결을 위해 아랫집에서 한 씨의 집을 방문했다. 한 씨가 공사관계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까지 출동해 아파트 바닥에 에어매트까지 펼쳐 놓은 상황. 다행히 경찰이 한 씨를 설득하는 데 성공, 한 씨는 경찰 판단에 따라 응급입원 조치됐다.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 심각한 망상증상으로 인한 장기입원이 결정됐다.

한 씨의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기 광명시가 한 씨와 신 씨에 대한 통합사례관리를 결정했다.

광명지역의 공공자원과 민간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복합적이고 다양하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복지, 보건, 고용, 주거, 교육, 신용, 법률자문 등 광범위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상담과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는 우선 긴급생계비를 신청해 어머니가 기초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맞춤형 급여 신청으로 생계·주거·의료비 부담을 줄였다. 대한적십자사에 생계비를 신청해 5개월간의 생계비도 받았다. 신 씨는 이 생계비를 아끼고 모아 그동안 밀린 임대료 일부를 해결했다.

집안을 가득 메웠던 잡동사니들은 광명시가 경기도의 도움을 받아 모두 치웠다. 광명희망나기 '희망가정만들기' 사업비를 신청해 식탁과 소파를 새로 들였다.

신 씨가 집 정리를 하는 동안 딸 한 씨는 병원에서 꾸준한 치료를 받았다. 입원 초기 치료를 거부하던 한 씨는 어머니 신 씨의 간곡한 설득으로 약물복용까지 받아들였다. 한 씨는 9개월간의 병원치료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말 다시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어머니와 함께다.

저장강박증과 대인기피증은 많이 호전됐다. 어머니와 함께 집안 쓰레기를 내다버리거나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도 가볍게 말을 주고받는다.

어머니 신 씨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 속에 딸과 함께 죽음을 생각했었다. 이렇게 도움을 받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감사하다"고 말한다.

한편 광명시는 신 씨 모녀와 같이 복합 지원이 필요한 ‘고난도 사례’ 33건을 비롯해 모두 329건의 위기를 발굴해 통합 사례관리를 추진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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