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쟁사인 '퀄컴' 위해 모바일 AP 만들까?
삼성·퀄컴, 모바일AP 시장서 물고 물리는 경쟁
파운드리 부문서는 퀄컴이 삼성의 주고객
퀄컴, 삼성 파운드리 발열·성능 개선에 주목
[샌프란시스코=뉴시스]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왼쪽)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가운데),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에서 3사 협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와 퀄컴은 51조원 규모인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물고 뜯는 경쟁 관계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브랜드로 모바일 AP를 만들고 있고, 퀄컴은 '스냅드래곤'이라는 브랜드로 삼성을 한 수 아래 취급한다.
그러나 양사의 이 경쟁 관계는 또 한편으로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전혀 다른 장면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바로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또 다시 자사 스냅드래곤의 위탁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모바일 AP의 경쟁사 제품을 직접 만들어주는 것인데 이건 삼성전자가 모바일 AP 생산은 물론 파운드리 사업까지 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퀄컴의 협력은 또 다른 장면에서도 엿보인다. 바로 삼성전자가 만드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대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퀄컴, 삼성과 협력…"발열·성능 개선 기대감"
지금까지 퀄컴은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시리즈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이다.
당초 퀄컴은 삼성전자에도 스냅드래곤 생산을 맡겼지만 지난 2021년 발열 문제로 이후 물량을 모두 TSMC로 넘겼다. 퀄컴이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내년 출시 예정인 '스냅드래곤8, 5세대'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발열과 성능 문제를 해소했다는 퀄컴 측 판단이 깔려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도 퀄컴이 다시 손을 내미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에 3나노 2세대 수율을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율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을 뺀 정상 제품의 비율로 수율이 높을수록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2나노 첨단 초미세공정 기술력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최근 파운드리 가격을 올린 점도 삼성과의 협력을 고려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반도체 설계기업 AMD도 전력 효율과 성능 향상을 감안, 차세대 칩에 삼성의 3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의 기술력 보완과 TSMC보다 저렴한 가격 등을 고려해 퀄컴이 삼성과의 협력을 검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P서는 경쟁…삼성·퀄컴, '적과의 동침'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4와 S24플러스에는 자사 AP인 '엑시노스2400'를 탑재했다. 하지만 플래그십폰인 갤럭시 S24 울트라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5에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퀄컴과의 AP 사용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6%인 반면, 퀄컴은 23%다.
김 연구원은 "퀄컴은 삼성 파운드리에 기술 유출 불안을 느끼지 않아 핸드폰에 쓰이는 AP 시장에서는 경쟁하는 한편, AP를 만드는 파운드리 시장에선 협력하는 상반된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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