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조기인하·규제 완화 등 족집게 대책 시급[끝모를 내수부진③]
'내수침체 우려' 韓 경제성장률 전망치 잇따른 하향 조정
전문가들 "모든 지표 좋지 않아…수출 낙수효과도 없어"
현금성 지원·금리 조기 인하 등 대책 효과 전망 엇갈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4.08.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용윤신 기자 =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내수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낙관적인 전망으로 내수 침체에 대한 대비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재정 투입 등 단기대책과 금리, 규제 완화 등과 관련된 중장기 대책 등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세수결손 등 재정여력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인구 감소 등 사회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어느 때보다 정책 효과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을 이유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서울=뉴시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1%포인트(p) 낮춘 2.5%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긍정신호에도 고금리 기조로 민간소비가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자 전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앞서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는 지난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전달 대비 0.2%p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내수 침체를 우려한 전망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완만한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며 넉달째 내수 회복세 평가를 고수했다.
이처럼 정부는 내수 부진 장기화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경기가 내수 회복으로 들어섰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여전히 (내수는) 부진한 것 같다"며 "소매판매, 설비투자 등 모든 지표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비는 계속 안 좋았는데 정부는 수출이 조금 잘 되니까 하반기 내수로 연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내수는 계속 안 좋은 상황"이라며 "수출이 늘어난다고 내수가 좋아지는 낙수효과 경로가 보이지 않고 재정정책도 소극적이어서 내수가 살아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2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외식업 경기가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08.12. [email protected]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현금성 지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 투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여력이 좋지 않고 현금성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현금성 지원을 하게 되면) 정책이 산으로 가는 것"이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한쪽은 확장재정, 한쪽은 긴축으로 가면 모양이 안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교수는 "폭발적으로 소비를 확 늘리기는 어렵다"며 "고민해야 할 것은 자영업 구조조정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다. 돌봄을 민간에 맡기려고 하지 말고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금성 지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안주는 것 보다는 낫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규제완화 정도"라며 "돈을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한국은행은 오는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금리를 낮추더라도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탓에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원 실장은 "금리를 빨리 내려야 한다"며 "금리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경기도 결국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설비투자, 민간소비도 마찬가지다. 민간에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줘야한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1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2024.08.11. [email protected]
다만 금리 인하 효과가 내수 회복보다는 부동산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교수는 "저금리로 해준다고 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풀릴 것이냐라고 보면 문제가 풀린다기 보다 빚 내서 집사라고 할 것 같다"며 "내수 경기를 부동산 경기로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거품을 내서 해결하려는 거지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다"며 "저금리 하면 내수가 풀릴것이냐(라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홍우형 교수도 "아직 금리를 내리면 안 된다"며 "오히려 유동성만 커지고 투기가 조장되고 물가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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