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어요" 울산서 70대 여성들 검정고시 합격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 "두 달이 넘게 하루 4시간씩 공부한 보람이 있습니다. 중졸 검정고시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울산시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강생 윤매임(76)·주복순(70) 씨가 지난 8월 치러진 2024년 울산교육청 제2회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 첫 도전이었고, 특히 윤매임 씨는 최고령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23일 북구에 따르면 이들은 북구 염포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매주 두차례 진행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에서 5년 가까이 공부하고 있다.
올해 초 한글교실 박명숙 교사의 제안으로 검정고시 도전을 결심했고, 공부를 시작했다.
두 달 여 동안 한글교실 2시간 수업이 끝나면 연이어 2시간이 넘게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연신 선생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윤매임·주복순 씨는 "합격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선생님 덕분"이라며 "응시원서 제출날도, 시험날도 동행하면서 용기를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달 동안 우리의 과외 선생님이나 다름이 없었다"며 "우리도 우리지만 입술이 부르트면서까지 열정을 쏟아주신 박명숙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염포동 한글교실 교사 박명숙 씨는 "한글교실 수강생들의 이번 사례가 다른 한글교실 참여자들에게 도전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벌레에 물려 퉁퉁 부은 눈으로 울산교육청에 응시원서를 제출했던 일, 숙제를 다 못해서 선생님에게 혼났던 일, 합격자 발표날 쏟았던 눈물 등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시간 동안 쌓은 추억도 있었다.
윤매임 씨는 "조금 전에 알려준 것도 잊어버리는 나이에 이렇게 검정고시까지 합격할 줄은 몰랐다"며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게 시험에 나오니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주복순 씨는 "합격 소식을 들은 날 눈물이 났다. 공부를 못한 한이 있었는데 이렇게 뒤늦게라도 한글교실의 도움을 얻어 졸업장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며 "중등 검정고시에도 도전해 꼭 졸업장을 받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북구 찾아가는 한글교실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을 위해 동별로 문해교사를 파견해 한글교육을 실시하는 평생학습 사업이다.
북구 관계자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뜻깊은 결과를 얻은 수강생과 선생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교육기회 보장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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