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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최태원-노소영 소송…대법원 쟁점은?

등록 2024.11.09 11:30:00수정 2024.11.09 15: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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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판결문 경정, 어떻게 처리할까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실제 존재하나

김옥숙 여사 메모장, 증거가치 있나

검은 비자금, 상속·증여세 없어도 되나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인준 이지용 기자 =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이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8일 이 이혼소송의 상고심 심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측의 밀고 밀리는 소송전이 또 한번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특히 이전 항소심 판결에서 재산분할 금액이 1조3808억원으로 결정돼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이 소송은 SK그룹 입장에서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재산분할 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며 이 세기의 이혼소송은 이제 또 다른 쟁점들로 재판정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대법원 심리에서 양측이 치열하게 법리를 다툴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①항소심 판결문 경정, 재산분할 줄어들까?

대법원이 이번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를 속행하기로 한 것은 2심에서 있었던  '판결문 경정(수정)' 논란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대한텔레콤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며, 상고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SK㈜ 모태) 가치를 '주당 8원' ▲1998년 5월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 가치를 '주당 100원' ▲2009년 11월 SK C&C 상장 가치를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따라 1994~1998년 최 회장의 주식 취득부터 선대회장 별세까지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12.5배로 계산하고, 별세 이후부터 2009년까지 최 회장 기여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 측은 선대 회장 별세 직전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가 1000원인데 100원으로 재판부가 잘못 계산했다며 오류를 지적했다.

해당 재판부도 이 주장을 뒤늦게 받아들여 이를 수정한 판결경정결정 정본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에 송달했다. 그 결과 기여분은 ▲선대회장의 경우 12.5배에서 125배로 ▲최 회장은 355배에서 35.6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최태원 65 대 노소영 35)과 재산분할 총액에 변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 회장의 기여도가 낮아지면 당연히 노 관장 기여도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대로 둔 것이다.

대법원이 이번에 심리 속행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항소심 판결문 경정이 단순히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대법원은 이번 소송과 별도로,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경정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판결문 경정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심리를 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심리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수치 오류로 생긴 재산분할 금액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항소심 재판부가 본 분할대상 자산은 4조115억원으로, 이 중 1조3808억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다시 심리에 나서기로 한 만큼 이 분할 대상 자산과 지급 규모에 상당한 변동이 생길 수 있다.

②노태우 비자금 300억, 정말 존재할까

대법원 심리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논란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SK그룹의 옛 이름) 300억'이라는 메모를 근거로 SK그룹 측에 비자금이 흘러갔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비자금과 6공화국의 특혜가 SK그룹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300억원 비자금이 일으킨 노소영 관장 몫의 재산분할 금액은 1조3808억원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범죄 수익으로 인한 편법 상속의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SK그룹 측은 "세부 내용 없이 단순히 비자금이 들어왔을 것이라고 막연히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상고 이유에 포함시켰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옥숙 여사의 자필 메모, 약속어음만으로 300억원을 전달했다고 판결했으나, 돈 전달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전혀 확인한 바 없다는 의문을 낳는다. 다시 말해 300억원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달했는지 구체적인 팩트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주변인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노태우 정권 대통령 최측근인 윤석천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비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부인했다. 6공 비자금 수사를 담당했던 함승희 전 검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현금 300억원이면 사과 궤짝으로 최소 200~300개 분량"이라며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길승 전 SK 회장도 약속어음 발행 시기가 1992년 12월16일로 대선 이틀 전이라는 점을 들며, "약속어음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자금 지원의 의미로 발행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약속어음 발행일인 1992년 12월16일과 노 관장 측이 주장하는 전달 시기인 1991년 사이에는 1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SK 측은 무엇보다 대법원 심리에서 6공 특혜 논란을 적극 해명할 전망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6공 시기 특혜는 없었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 문제가 됐다"며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③김옥숙 포스트잇 메모, 증거가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가 증거 가치가 있느냐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지난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대라는 역대 최대 재산 분할액이 나온 데에는 김 여사의 '선경 300억' 포스트잇 메모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에선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메모에 대한 증거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만큼 대법원이 김 여사의 메모나 약속어음에 대해 집중 심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법원은 김옥숙 여사의 포스트잇 메모 및 비자금 약속어음과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선경에 유입됐다는 노소영 관장 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집중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입증 책임'을 갖는 노 관장에게 충분한 근거를 요구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앞서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이 사돈 최종현 선대회장 등에게 300억원대 비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대가로 갖고 있던 약속어음과 김 여사 메모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300억', '최 서방 32억' 같은 내용이 적힌 것이 전부다.

노 관장 측은 선친이 건넨 비자금을 최 전 회장이 증권사 인수 및 SK 전신 선경그룹 사업,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당시 최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등 각종 유무형의 혜택을 받은 바가 전혀 입증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1990년대와 200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드러나지 않았던 단서가 증거로써 효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항소심 재판부는 '메모에 대한 증거력'을 다투는 절차를 갖지 않고, 충분한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김옥숙 여사 메모에 등장하는 '맡겨둔 돈'을 받은 인물에 대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약속어음'에 대해서도 노 관장 측은 어음 사본을 제출하며, 이를 선경에 300억원을 맡겼다는 증표라고 주장했다. 이 어음은 50억원짜리 6장으로 구성됐는데 현재 4장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통상 약속어음은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지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옥숙 여사 메모에 '맡겼다'고 주장하는 자금 대부분은 차용증 형태였다. 이는 비자금 조사 때 발각돼 국고로 환수됐다.

되레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노후자금 차원의 목돈을 선경 측에 요구했고, 이에 선경이 약속어음을 견질성으로 끊어줬다는 정반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노 관장 측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발판이 됐고,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원을 업고, SK가 이동통신사업 진출에 성공했다는 판단이다.

④검은 비자금도 상속·증여 대상 가능한가?

대법원이 불법 비자금이 문제를 어떻게 이혼 소송에 적용시킬지 주목된다.

이번 이혼 소송에서 노 관장이 재산분할로 또 다시 비자금이었던 돈을 돌려 받게 된다면, 앞으로도 '편법 상속·증여'가  정당화될 우려가 있다.

대법원이 불법 비자금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지 가려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이 상속·증여세 등 세금 없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용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향후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되는 만큼 이번 소송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족에게 편법 상속·증여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현행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불법자금 세탁 및 범죄수익 영속화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만큼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국고 환수 요구는 국민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 다수의 시민단체가 검찰, 국회, 국세청 등에 '비자금 재조사' 고발에 나선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이 밝혀지면 사상 최대 재산분할액인 1조3808억원도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들린다.

특히 SK 주식이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며 이를 2심에서 다시 판단하라고 파기 환송할 경우, 1심에 근접한 분할액으로 낮아질 수 있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앞서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이 사돈 최종현 선대회장 등에게 300억원대 비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하며 대가로 갖고 있던 약속어음과 김 여사 메모 등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대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액이 나온 데에는 김 여사의 '선경 300억' 포스트잇 메모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노태우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발판이 됐고,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원이 SK가 이동통신사업 진출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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