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둔촌주공 잔금대출 나서지만…금리·한도 '몸사리기'
국민·하나 3000억원 한도…우리 500억 그쳐
신한, 내년 집행…연말 가계대출 관리 영향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 취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한도를 적은 수준으로 제한한 데다 이전과 같은 금리 경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의 한도와 금리를 확정했다.
하나은행은 총 3000억원 한도로 잔금대출을 실시한다. 5년 고정(혼합형)금리는 전날 기준 최저 연 4.641%이다.
농협은행 잔금대출은 총 2000억원 규모로 5년 주기형 고정금리 대출을 입주시점에 맞춰서 실시할 계획이다. 대출금리는 금융채 5년물 금리에 1.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전날 기준 연 4.8%다.
신한은행은 가계부채 관리 상황 등을 감안해 올해에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내년부터 취급하기로 했다.
취급 한도는 1000억원으로 결정했다. 금리는 금융채 5년물 금리에 1.5%를 더해 적용할 예정이다. 전날 기준 연 4.8% 수준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행 거래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행적으로 가계여신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잔금 대출 취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6일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잔금대출 조건을 확정했다. 5년 주기형 금리는 연 4.8% 수준이며 총 취급 한도는 3000억원이다.
우리은행도 27일부터 잔금대출을 시행할 예정이다. 대출한도는 500억원 이내이며 금리 등 세부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금리 하단은 4% 후반, 상단은 5%초반대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해진다.
잔금대출은 신규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입주 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주는 대출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2032가구 규모로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다.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업계에서는 입주 관련 대출만 3조원, 전체 대출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현재 확정된 5대 은행의 대출 한도는 9500억원 수준으로 1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의 잔금대출 한도는 둔촌주공의 사업장 규모를 고려하면 적은 수준"이라면서 "가계대출 관리가 엄중한 상황에서 대출한도를 크게 제시하기에는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경영 목표를 다시 수립하고 연간 대출한도가 '리셋'되면서 여력이 생기면 은행들이 잔금대출 한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조이기'로 인해 은행간 금리 경쟁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은행권 잔금대출 금리는 4% 후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간 대출 경쟁이 치열할 때는 역마진까지 감수하면서 잔금대출 금리를 낮추기도 했다"면서 "현재는 대출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면서 그만큼 대출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일부 상호금융의 잔금대출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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