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에도 살아남을 업종은[외면받는 한국증시③]
조선·방산·바이오·우주항공·금융 수혜 예상
"차분히 견디며 좋은 종목 찾아 장기보유"
"공포에 투매하면 안 돼…신중한 판단해야"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1.15.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았고, 코스피는 2500선 붕괴도 모자라 2400선을 위협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환율·물가·금리가 모두 오르는 '신3고'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한국 증시에서 돈과 사람이 탈출하는 '코리아 엑소더스'가 확연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수혜·피해종목을 확인해 대응해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트럼프발 퍼펙트스톰(복합적 경제위기)에도 살아남을 수혜업종으로 조선·방산·바이오·우주항공·금융 등을 꼽고 있다.
하나증권 황승택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많이 내리고 있지만 1차적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저점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파고 속 눈여겨 볼 업종은 기본적으로 제약·바이오이고, 그 다음으로 방산·조선이다. 금융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은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 분야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연구원은 "해군력 강화에 대한 트럼프의 의지가 강한 만큼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수요가 본격화하면서 수혜가 있을 것"이라며 "주요 국가들의 안보 강화 기조로 잠수함, 수상함 등 군함 등의 수요 증가에 따른 국내 조선사 반사이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산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수혜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증시에서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이어가면서도 조선주와 방산주는 사들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전세계적 군비확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우주항공 업종의 수혜도 기대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인류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2기 행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며 2기 행정부의 핵심 인사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이 분야의 전망을 밝게 보는 요소다.
메리츠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우주정책명령 2호'는 우주의 상업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명시했다"며 "민간 우주 산업의 빠른 혁신과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우주 규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는 일론 머스크가 제기한 종합적 규제 완화 요구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글로벌 우주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의 과실을 함께 할 수 있는 국내 스페이스X 밸류체인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바이오는 중국 규제 강화에 따른 따른 상대적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다.
미 의회는 중국 바이오 업체와의 계약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생물보안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은 지난 9월 하원을 통과해 상원과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의 강달러 추세는 바이오업종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자금 조달이 필요한 업종 특성상 자금조달비용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상상인증권 황준호 연구원은 "헬스케어 섹터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한국 바이오 테마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 한다"며 "중국 바이오 기업과 미국 기업 간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 보안법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투업계는 금융업종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로 미국 금융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국내 금융주 역시 수례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자기자본 고위험 자산 투자금지 및 대형화 제한', 즉 볼커룰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금융산업 규제를 손보겠다고 밝혀왔다.
트럼프 2기 정책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으로는 반도체, 2차전지, 운송, 태양광, 철강금속 등이 꼽힌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트럼프 당선 후 글로벌 최대 IT 수요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우려되며, 이는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차전지의 경우 국내 배터리 업종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의 전기차 수요 둔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운송은 이스라엘 전쟁 종식 가능성과 관세 영향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철강 역시 상품가격 약세가 불가피하고, 인프라 기대감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트럼프발 격랑에 휩쓸린 지금이 장기투자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영자산운용 엄준흔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원론적으로 돌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적·공격적 투자를 하기보다 보수적으로 차분히 견디며 좋은 주식, 자산을 찾아 장기적으로 보유할 때"라고 언급했다.
IBK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극대화하며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며 "하지만 현 시점은 트럼프트레이딩에 따른 악재를 단기적으로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며, 매도에 동참하기보다는 추가 조정 시 저가 매수를 노려야 할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원 역시 "공포심에 사로잡혀 투매를 할 필요는 없다"며 "이미 주가가 많이 빠졌고, 저점 영역에 근접한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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