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령' 파문에 반발 최고조…완전 등돌린 의료계[해넘기는 의정갈등①]
의대교수들 "尹 정권 반국가 세력임을 자인한 것"
보건의료단체 "대통력 탄핵·체포·구속 퇴진" 주장
정부, 의료계와 소통의지 밝혔지만 토론회도 거부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사와 정부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12.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사령부가 내린 포고령에 '전공의 미복귀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이 담기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의료계는 지난 6월 전공의 대부분의 사직서가 수리된 상황에서 계엄사령부가 현장 이탈로 규정하고 포고령에 처단을 담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공개된 직후 각 의사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의대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당시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자진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과 계엄사령관은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 반국가 세력임을 자인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각 지역 의사회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의대 증원도 어제 일처럼 졸속 정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혼란을 야기해 국내는 물론 해외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추한 것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경상남도의사회는 "의대정원 증원 사태도, 계엄령 사태도 최고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책임져라"라며 "대통령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한 남자로서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스스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서울시의사회와 경기도의사회가 공동 성명문을 내고 "전공의·의료인을 처단 대상으로, 국회와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는 계엄 포고령을 선포한 대통령은 조속히 탄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종사하는 다른 직역들도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12일 성명에서 "윤석열을 탄핵하고 즉각 체포, 구속 퇴진시키자"고 주장했다.
의료인 처단을 담은 포고령은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병원협회(병협)와 대한중소병원협회(중소병협), 국립대학병원협회는 최근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 것이다. 포고령 속 의료인 처단이 의료계의 공분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의대정원 증원 자체를 내란 관여자들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의개특위에서 의료단체들이 탈퇴하면서 지난 19일 예정됐던 비급여, 실손보험 개선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 발표도 무산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상황이지만,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개혁은 국민 건강·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이미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 대책들을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착실히 추진하되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소통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예정됐던 토론회도 불발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의료 정상화' 공개토론회가 정부 측의 공개 토론 거부로 무산됐다. 해당 토론회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와 더불어민주당이 장기화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추진했던 자리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당시 "처음부터 공개토론을 전제로 진행했고, 장관께서도 나오겠다고 했는데 오늘 공개토론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입장 변화 없이 (의료계에) 무조건 협의체에 들어오라고 한다면 (파행은) 아마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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