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김소현·손준호 "처음엔 피했던 부부 동반 출연, 이젠 행운"
2018년부터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와 고종으로 부부 연기
"관객이 몰입 못할까 동반 출연 피해와…캐릭터로 봐주시더라"
"동반 출연 장점, 집에서도 작품에 대한 고민 해결할 수 있어"

뮤지컬 '명성황후'에 출연 중인 김소현(위), 손준호 부부.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손준호 씨는 흔들림 없는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는 배우예요."(배우 김소현)
"김소현 씨는 나를 이끌어주죠. 덕분에 뮤지컬을 더 사랑하고, 몰입하게 됐어요."(배우 손준호)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와 '고종'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소현, 손준호 부부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대와 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트너'로서 작품과 서로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명성황후'는 한국 대표 창작 뮤지컬이다.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비이자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선명성황후의 삶을 다루고 있다.
김소현은 2015년 처음 '명성황후' 역으로 나선 뒤 2018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에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손준호는 2018년, 2021년에 이어 세 시즌 연속 '고종' 역을 맡았다.
'명성황후'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역할에 대한 깊이도 더 깊어졌다.
"처음엔 이 역할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세 번이나 거절했다"고 떠올린 김소현은 "1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역할을 반복하면서 '왜 전에는 이 단어, 장면을 흘려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달라지더라. 배우로서의 깊이를 명성황후와 같이 가질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캐릭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이 캐릭터를 내 힘으로 바꾸려고 하기보다 잘 녹아들고, 어떻게 하모니를 만들어낼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명성황후'는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지만, 역사적 인물로서의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는 계속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는 많은 고민이 수밖에 없다.
김소현은 "매 시즌 그게 제일 어렵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염두에 두고 매 시즌 창작진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에 대한 변화를 주기도 했다는 그는 "이 역할을 맡다보니 좋은 면이 있다면 부각되고, 안 좋은 면이 있다면 왜 안 좋은 면이 있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성황후' 역으로 16일이면 200회 공연을 한다. 김소현은 "200회가 되면 '눈 감고도 하지 않겠나'라고 하시는데, 오히려 질문이 더 많아진다"며 "(10년 전) 20주년 때는 '어떻게 카리스마 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더 디테일한 고민을 한다"고 털어놨다.

뮤지컬 '명성황후'에 출연 중인 김소현(오른쪽), 손준호 부부.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치열함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김소현은 "이런 열정이 솟아나는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200회 동안 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고,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려한다"고 했다.
실제 부부인 이들의 작품에 대한 고민은 집에서도 끝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집과 일터에 대한 분명한 경계가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준호는 "보통 연습실에서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집에 와서 상대 배우 없이 혼자 고민하다 다시 연습실을 가야한다. 하지만 우리는 집에 와서 같이 고민하고, 빠르고 생생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도 "나는 일과 집 말고 따로 취미가 없다. 집순이에게는 아주 장점"이라면서 "취미가 많은 준호 씨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웃었다. 이에 손준호는 "(작품 고민을) 빨리 끝내고 다른 취미를 할 수 있어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2010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이후 가족 예능 출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처음엔 뮤지컬 동반 출연을 피해왔다.
김소현은 "(같은 작품을 해도) 같은 날 출연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부부를 보고 공연에 몰입하기 힘드실 것 같아서 같은 작품 출연도 고사해왔다"고 돌아보고는 "우리 때문에 몰입을 못하시는 게 죄송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피하니 '왜 같이 안 하냐'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7년 전 '명성황후'를 통해 처음으로 부부 역할을 소화했고, 이후로는 여러 작품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
손준호는 "우리를 캐릭터로 봐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 부부로도 예뻐해주시는데, 작품에서는 작품 안에서 봐주신다는 게 감사하고, 행운이다"고 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 출연 중인 김소현. (사진=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족으로, 동료로 늘 곁에 있다보니 누구보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기도 하다.
김소현은 "준호 씨는 순간적으로 몰입해서 (상대역까지) 빠지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평소엔 피 한 방울도 안 나오는데, 얼마전 공연에서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는 걸 보고 나도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노래를 겨우 했다"며 "준호 씨가 데뷔한 날 내가 첫 상대역이었는데,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까마득한 후배'로서 김소현을 평가할 수 없다고 손사래친 손준호는 "소현 씨가 주는 극 고음의 카타르시스가 있지 않나. 오랜 기간 동안 관객에게 전달하는 힘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게 박수 받아 마땅한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1월 개막한 '명성황후'는 이달 30일 막을 내린다.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김소현은 "지난 시즌 '명성황후'를 할 때 코로나19로 당일에 문을 닫거나,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았다. 이번엔 매일 3층까지 꽉 찬 걸 보며 너무 감사하다"며 "남은 공연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다"고 눈빛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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