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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발음이 좋아요…요네즈 켄시, '사람 받침' 미학 증명

등록 2025.03.23 07:19:48수정 2025.03.24 05: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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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히트곡 '레몬' 주인공

정식 데뷔 13년 만에 첫 내한공연…22~23일 인스파이어 아레나

J팝 열풍의 화룡점정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간판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겐시(米津玄師·Kenshi Yonezu·요네즈 켄시) 덕에 "불닭볶음면"을 천천히 다시 발음해본다. 다섯 음절에 모두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환기된다.

요네즈는 정식 데뷔 13년 만인 22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처음 연 콘서트 '정크(JUNK)'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발음이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이 단어를 발음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1만1000명이 이날 자리에서 들은 그의 '불닭볶음면' 발음 덕에 국내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이 단어가 등장했다.

음절당 자음과 모음을 각각 하나씩 나열하는 일본어 발음구조상 받침 발음이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받침의 연속인 이 구조가 좋게 들렸던 것인가.

사실 요네즈는 이날 약 2시간 동안 자신이 사람들의 받침임을 증명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불닭볶음면처럼 얼얼한 인생 맛에 우리 마음의 받침, 즉 모서리가 닳는 경우가 많다.



상실과 위로를 노래하는 요네즈의 노래들은 새로운 받침이 돼 낡고 소멸한 우리의 마음 모서리를 새로 채워줬다.

특히 2018년 TBS 금요드라마 '언내추럴'의 주제곡이자 요네즈의 대표곡 '레몬(Lemon)'이 삶의 신맛을 같이 공감하고 그로 인해 함께 단맛을 발견하게 했다. 청춘의 불안·무력감을 노래한 이 곡에서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서 촛불을 들고, 새로운 벽화를 발견하는 영상이 사용됐는데 곡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 

요네즈의 노래는 받침이자, 피뢰침이기도 하다. 이날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요네즈의 노래 중 '포그바운드(fogbound)'라는 곡이 있다.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해당 곡엔 "지켜주소서 세인트 엘모 신이시여"라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 '세인트 엘모의 불'은 피뢰침처럼 공중으로 솟아 있는 물체 끝에 나타나는 방전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 삶이 뇌우 속 '세인트 엘모의 불' 같은 현상이 가득할 때, 그의 노래가 피뢰침이 돼 벼락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한다.

붉은 조명을 T자 모양으로 근사하게 쓴 첫 곡 '레드아웃'으로 시작한 이날 공연 자체가 삶의 위태로운 순간들로부터 벗어나는 행위였다. 내향인이 분명하지만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뜨거워지는 요네즈와 가수들 따라 그의 성향을 닮은 팬들은 기꺼이 이 자리에서 외향적인 에너지를 쓰며 연대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영상, 녹음 촬영이 금지된 공연이라 수많은 프레임이 무대를 방해할 일이 없어 몰임갑이 뛰어났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OST '지구본(地球儀)'(Spinning Globe), 애니메이션 '해수의 아이' OST '바다의 유령', TV 애니메이션 '체인소맨' 오프닝 타이틀로 타이업된 '킥 백(KICK BACK)' 등은 애니메이션 영상과 사운드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색다른 현장감을 선사했다.

도시 풍경 등 아트팝 같은 생생한 영상 사용은 다른 곡에서도 내내 인상적이었다. 

밝은 일본 풍 선율의 '사요나라, 마타 이츠카! - 사요나라(Sayonara, Mata Itsuka!)'는 무용수들이 일본 전통 복장을 입고 나왔고, 종이 가루가 흩날리면서 일본 마츠리(축제)를 떠올리게 했다. '루저(LOSER)' 무대에선 여성 댄서의 행위예술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가 눈에 들어왔다.

공연장 자체를 붉은 기운으로 물들인 '킥 백'을 비롯 손가락으로 승리의 V표시를 하며 즐기는 '피스 사인(Peace Sign)', 그루브한 기운의 '플라밍고(Flamingo)'와 '도넛 홀(Donut Hole)'은 공연장을 여름 록 페스티벌 정경으로 빚어냈다.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요네즈 겐시(요네즈 켄시)가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 = Yusuke Yamatani 제공) 2025.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09년 보컬로이드(VOCALOID·보컬 신서사이저 소프트웨어) 프로듀서 하치(ハチ)로 오리지널 작품을 발표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요네즈는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프로그래밍, 믹싱 등 음악 작업은 물론 영상과 아트워크까지 도맡는 능력으로 공연의 완성도까지 일관성 있게 보장했다. 

이번 요네즈의 첫 내한은 그렇게 최근 국내 J-팝 붐의 화룡점정이 됐다. 모던 록, 재즈,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오가는 다양한 음악의 완성도적 측면뿐 아니라 요네즈의 됨됨이도 돋보였다. 자신의 절친인 기타 나카지마 히로시를 비롯 밴드 멤버들과 댄서들은 물론 운송업무를 맡은 운전기사 등 뒤에서 보이지 않게 스테이지를 위해 애써 준 스태프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의 열기에 "뜨겁다" "덥다"라고 자주 반응한 요네즈는 "음악을 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정말 예전부터 계속 한국이 오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오늘에야 올 수 있었어요. 한국에 온 지금 이 시점에 오래 음악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기뻐했다. "한국 분들이 어떤 느낌으로 받아줄지 조금 불안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날"이라고 흡족해했다. 덕분에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가버렸다고 했다. "고마워요. 꼭 다시 올 테니까요 그때도 잘 부탁해요."

요네즈의 내한공연은 23일 오후에도 같은 곳에서 열린다. 단숨에 매진된 이번 공연 양일 관객은 총 2만2000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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