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불임명 위헌에도 파면 중대성 단정 안돼"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국정공백·혼란 고려를"
대통령 직무정지 속 권한대행 파면이 끼칠 영향 고려
정계선 "韓, 혼란 수습 의무 있음에도 헌법 위반 행위"
위헌·위법 판단 5명, 파면할 만큼 중대성에 판단 갈려
김복형 "임명 의무 있지만 '즉시' 임명 의무는 아니다"
위헌 아니라고 판단해…각하 2명은 판단 내놓지 않아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3.24. chocrystal@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4/NISI20250324_0020744659_web.jpg?rnd=20250324123141)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3.24. chocrystal@newsis.com
이날 헌재가 공개한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문을 보면,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 4인의 법정의견(다수의견)은 한 권한대행이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 3인을 임명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가 이들 후보자 3인에 대한 추천안을 가결했음에도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임명을 보류했고, 이튿날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당했다.
헌재는 당시 6인 체제로,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정한 헌재법에 맞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종석 전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지난해 10월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세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 총리는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회의 후보자 추천안 가결 전 임명 보류 담화문을 발표했다.
헌재가 이들 3명에 대한 '임명 보류'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돼 있던 셈이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위헌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마 후보자 불임명 권한쟁의 당시에도 ▲국회가 선출한 3명의 후보자가 헌법과 헌재법이 정한 자격요건을 갖출 것 ▲선출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국회법 등을 위반한 하자가 없을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대통령에게 임명할 의무(작위의무)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에서도 이러한 논리를 유지했다.
중도 보수 성향 김복형 재판관(기각)은 한 총리의 '재판관 임명 보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할 재판관을 선별 없이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2명은 한 총리 탄핵심판이 의결정족수(200석)을 위반해 청구가 부적법하고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에 쟁점에 대해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 결정했다.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이 있으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고 6명 이상의 '인용'이 있어야 한다. 한 총리처럼 엇갈린 경우 과반수인 5명이 택한 기각이 법정의견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4/NISI20250324_0001798928_web.jpg?rnd=20250324113248)
[서울=뉴시스]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 결정했다. 탄핵심판에서 파면 결정이 있으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고 6명 이상의 '인용'이 있어야 한다. 한 총리처럼 엇갈린 경우 과반수인 5명이 택한 기각이 법정의견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김 재판관은 임명 행위가 즉시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봤지만 다른 5명은 이미 임명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다는 점에서 갈렸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인식을 같이하던 5명의 재판관은 파면 여부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했다.
법정의견(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이하 헌재)의 요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파면하는 결정이 가져올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있다.
헌재는 "(임명 보류 행위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법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 형량을 함에 있어 이와 같은 점(대통령 권한대행의 파면이 가져올 혼란 등 국가적 손실)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위헌·위법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해야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시해 왔는데, 한 총리의 임명 보류 행위 전후를 고려하면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의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증거나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임명 보류 결정 당시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첨예했던 점 ▲권한대행의 역할 등 운신의 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 점도 고려했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헌재는 나아가 한 총리의 직무정지 후 최 권한대행에 의해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이 임명돼 취임한 점에 대해서도 "임명 거부로 손상된 헌법질서가 일부 회복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한 총리에게 유리하게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3.24.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24/NISI20250324_0020744189_web.jpg?rnd=20250324103301)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3.24. photo@newsis.com
다만 헌재는 지난 2004년 헌정사상 첫 탄핵심판 사건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일부 쟁점에 대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파면하지는 않은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소수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자 당시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이라 칭하며 폄하했던 행위 및 자신의 재신임을 국민투표에 부치려 한 행위도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헌재 판단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당시 노 대통령의 행위가 소극적·수동적·부수적으로 이뤄진 점 ▲국민투표도 강행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제안만을 한 점 등을 들어 "헌법 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 위반 행위가 가볍지는 않지만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한 총리),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노 전 대통령)과 같은 닮은 논리 구조인 셈이다.
한편 이날 유일하게 파면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재판관 임명 거부 행위에 더해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회피를 꼽아 위헌의 정도가 중대했다고 판단했다.
또 한 총리가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낸 담화문에서도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임명 보류를 주장한 점을 '위헌적 입장과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한 권한대행은)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와 같은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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