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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에 진화훈련 부족 '기간제' 투입했다 사망…"전문인력 양성 필요"

등록 2025.03.25 15: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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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중 예방진화대원 3명 사망…모두 60대

산불 감시·초기 대응이 주 업무…73%는 61세 이상

전문가 "보호 장비 없는 수준…전문인력 양성해야"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 일원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불꽃과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2025.03.25.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화장산 일원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불꽃과 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2025.03.25.bb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지난 주말 발생한 영남권 대형 산불에 전문적인 진화 훈련을 받지 못한 '임기제 계약직'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예방진화대) 대원들이 투입됐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고령인데다 진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고강도 진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남·경북·충북 불길 여전히…60대 예방진화대원 3명 사망

25일 오전 5시 기준 경남 산청·하동군, 경북 의성군, 울산 울주군, 경남 김해시, 충북 옥천군 등 5개 지역에서 중·대형 산불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상자는 모두 15명으로 경남 창녕군에서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대원 3명과 공무원 1명 등 4명이 지난 22일 숨을 거뒀다.



사망 대원은 모두 60대 이상 예방진화대 소속이다. 예방진화대원은 지방산림청·지방자치단체 운영 아래에서 활동하는 기간제 계약직 인력으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특수진화대)와는 구분된다.

예방진화대는 산불 감시, 논·밭두렁 소각 감시, 산불 위험 요인 제거 등 사전 예방 활동과 산불 초기 대응을 주 업무로 한다.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는 공공 일자리 개념으로 인식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에 9604명이 활동했는데 이 중 8199명(85.4%)이 지자체 소속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몇 개월 단위로 채용돼 일당 8만원가량을 받고 근무한다. 저임금 계약직인 탓에 지원자 상당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지난해 1~8월을 기준으로 예방진화대원 10명 중 7명(72.8%)은 61세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험지 산불 등 고난도 진화에 대응하는 전국 5개 지방산림청 직속 공무직인 '특수진화대'는 지난해 435명이, 헬기로 화재를 진압하는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는 104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강도 운동이 수반되는 특수진화대 지원자 연령층이 고령인 탓에 체력검정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1월 진행된 전남 장성군 체력검정과정에서 70대 지원자가 사망한 일도 있었다.
[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비안면 산제리 철파리 한 야산에서 산불진화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비안면 산제리 철파리 한 야산에서 산불진화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현장 투입됐지만…전문가 "전문적 진화과 장비 부족했을 것"

고령층으로 구성된 예방진화대는 전문적인 진화훈련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훈련도 장비도 부족한 터라 화재 현장에 투입된다면 대처 능력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분들(예비진화대원)은 공공근로 형태의 아르바이트 형태로 계약이 되다 보니 피복, 개인 보호 장구, 차량 등에 지원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산림청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훈련이나 교육 같은 부분에서도 예산 지원이 거의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령화 문제가 계속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비진화대원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는 공무직으로 배정돼 있는 특수진화대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초기 안전교육과 진화 기술 교육은 있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은 미흡하다. 소방대원의 정기 훈련, 훈련 시설과 비교해 열악하다"며 "기본적인 진화 도구는 지급되지만 방염복·호흡기 보호구 등 보호장비는 부족한 경우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적인 진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예비진화대원은 산불 상황에서 지연제를 뿌리거나 가연물을 제거하는 등 확대 방지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산불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이들이 현장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 교수는 "진화대원으로 명칭이 돼 있기는 하고,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방식으로 주로 접근을 하다 보니 현장지휘소에서도 위험하지 않은 구역에 주로 (예비진화대원을) 투입했을 것"이라면서도 "위험 지역에 너무 빠르게 휩싸였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바람과 지형에 따른 불길 예측이 부족했고 초기 대응이 무리하게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있다"고 봤다.

그는 훈련과 장비 면에서 비교적 미흡한 예방진화대와 비교적 고위험 산불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특수진화대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안평면 기도리 한 야산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 불을 끄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의성=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안평면 기도리 한 야산에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 불을 끄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전문 인력 양성해야…현장지휘체계 일원화 필요"

전문가는 상시적인 소방 전문인력 양성과 배치를 주문했다.

공 교수는 "예방진화대에는 60대 이상 고령자 비중이 높다. 임시직 중심이라 젊은 층 유입이 어렵다"면서 "산불은 지형이 험하고 연기가 많아 체력 소모가 크며 고령 대원들에게는 위험 요소가 더 크다. 현재 방식은 물리적으로 고강도 작업 수행에 한계가 있다. 전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방진화대는 대부분 기간제 인력으로 구성되고 일부만 공무직(무기 계약)으로 전환된다. 출장비와 위험수당은 지급 대상이지만 현장에서는 지급이 지연되거나 기준이 불명확한 경우가 있다"라면서 "생명을 담보로 일하는 이들을 향한 공무원 수준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소방 구조와 다른 산불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산림형 현장지휘체계 필요하다며 "예방과 복구는 산림청, 산불 진화는 소방청으로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산림청을 주무청으로 하고 소방청이 지원청으로 대응하는 현행 산불 진압 체계를 소방청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함 교수도 "소방이랑 산림청이 어떻게 (소방) 자원을 공유할지 이야기가 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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