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칙 세우니 돌아오는 의대생들…작년에도 이랬다면
![[기자수첩]원칙 세우니 돌아오는 의대생들…작년에도 이랬다면](https://img1.newsis.com/2022/04/30/NISI20220430_0000986866_web.jpg?rnd=20220430175649)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원칙이라는 건 흥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원칙이 흔들리면 정부 정책을 누가 신뢰하겠습니까?"
지난해 3월, 의대 증원 관련 브리핑 이후 한 정부 관계자가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당시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해 당과 정부가 '유연한 처분'에 대해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시기였다.
이 관계자는 행정처분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일 뿐,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이 말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처음엔 행정처분 연기부터 시작해 복귀자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고 급기야 복귀 여부에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금지했던 전공의 사직 처리와 의대생 휴학 승인도 이뤄졌고 의정갈등 속 의료공백 사태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다른 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달라지는 데 말도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달라진 말 때문에 의료계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생은 "전공의 행정처분이 철회된 시점부터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급격히 확산됐다"고 했다.
올해 3월 31일 기준, 40개 의대의 학생 복귀율은 96.9%에 달한다. 당근과 채찍을 병용해도 꿈쩍하지 않던 지난해와는 다른 기류다.
학생들이 복귀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올해는 학사유연화와 같은 특례가 없는 점이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의대생 단체 성명서에 "휴학할 권리를 빼앗기고 온갖 강압과 협박으로 잠시 조처가 달라지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학장단 편지에 "학생 보호라는 의대 원칙, 의지와 전혀 다른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등의 표현을 보면 제적에 대한 우려가 학생들을 학교로 돌아오도록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이렇게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보건의료 정책에 정통한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허송세월을 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당사자들은 계속 편법과 예외를 주장한다"고 했다.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법과 원칙을 고수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제 관건은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에 참여해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느냐이다. 의대생 단체 조사에 따르면 15개 의대 6571명 중 실제 수업에 참여한 수강률은 3.87%에 그친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제적을 피하기 위해 등록 후 수업거부를 주장하고 있고, 연속으로 유급을 해도 제적 당하지 않게 학칙을 바꾸는 대학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5058명에서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강행했다. 조건은 전원복귀 또는 정상적으로 수업이 가능한 수준이다.
한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는 "이미 1년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렀는데 더 이상 원칙이 무너지면 의대생이 아닌 대학생들, 사회적으로 참고있는 사람들의 반발이 더 크게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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