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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메르스·코로나19…국가 위기 때마다 '경제 심리'는 꽁꽁

등록 2020.03.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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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메르스·코로나19…국가 위기 때마다 '경제 심리'는 꽁꽁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 경제 주체의 심리 불안이 더 심각하다(The economic hit from Coronavirus is all in your mind)."(블룸버그)

한국은행(2.3→2.1%), 무디스(2.1→1.9%) 등 국내·외 여러 기관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심리 위축입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경기의 움직임은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주체의 심리 변화와 밀접하기 때문이죠.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소비 심리 위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이 사실은 경제 상황에 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의 흐름에서 명확히 드러나게 됩니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잦아든 시점인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100을 상회하던 CCSI는 지난 2월 7.3포인트(p) 하락, 96.9를 기록했습니다. 이 하락 폭(7.3p)은 역대 세 번째로 큰 것입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를 덮쳤던 지난 2008년 10월(-12.7p),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3월(-11.1p)의 뒤를 바짝 쫒고 있는 것이죠.

그나마도 이 수치는 지난 달 10~17일 조사된 겁니다. 신천지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 중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날은 19일.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에 집계된 수치이므로 이달 조사에서 CCSI는 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CCSI는 보통 100을 기준점(2003~2019년 장기 평균치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소비자가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낮으면 비관적으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6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0.02.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6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0.02.28. [email protected]

코로나19처럼 감염병(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이 전국 단위로 유행했던 지난 2015년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메르스 첫 확진 판정(5월20일)이 나오기 전(5월11~18일)에 조사된 2015년 5월 CCSI는 105. 기준점(2003~2014년 장기 평균치 기준)인 100을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한 달 뒤 이 수치는 99로 급락합니다.

당시 CCSI는 7월 100→8월 102→9월 103→10월 105로 매월 1~2p씩 올랐죠.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기 이전 수준(105)을 회복하기까지는 4개월이나 걸린 셈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은 이보다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와 메르스의 유행 규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메르스는 최초 확진일로부터 한 달이 지날 때까지 160명가량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유행이 종료(2015년 12월23일)될 때까지 총 확진자는 186명에 불과했습니다. 대규모 감염 상황이 없었고 확진자도 드문드문 이어진 영향이 큽니다. 덕분에 접촉자 모니터링 등 방역 체계 가동이 수월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총 확진자 수는 지난 2월27일까지만 세더라도 메르스 확진자 수의 10배 수준에 이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최초 확진일(지난 1월20일)로부터 한 달가량이 지난 2월19일까지만 해도 51명에 불과했지만, 신천지 확진자가 나온 이날을 기점으로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이를 근거로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가 제자리를 찾는 데까지는 적어도 5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월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거(메르스) 사례를 볼 때 소비 심리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5~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서울=뉴시스]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도 긴급하게 민생·경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동시에 추가 경정 예산(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경제활동이 멈추다시피 한 상황에서 추경 편성이 경기를 빠르고 손쉽게 부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추경의 규모는 일단 메르스 당시 6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더해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지방 의료원 음압 병실 확대, 전국 학교 개학 연기 대응 돌봄 지원, 자동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인하,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관광상품권 제공 등 20조 규모의 민생·경제 종합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개소세 인하, 각종 상품권 제공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는 추경의 경기 부양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 차단과 방역이 우선이고,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에게는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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