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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15살에 첫 창업한 20대 창업가…좌충우돌 10년

등록 2020.04.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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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대표, 15살에 첫 창업 "사업이라기보다 돈벌이"

22살 본격 창업, 온라인광고업...자금관리 등에서 어려움

'돈 되는 사업' 이것저것 시도..."

[서울=뉴시스]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이면의 고난도 감안해 설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제공 =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서울=뉴시스]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이면의 고난도 감안해 설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제공 =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사람들이 사업의 겉 면만 보고 매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런것까지 견딜 수 있어야하고, 사업 이면의 고난도 감안해서 설계를 해야한다."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26)는 15살이던 2007년 사업을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리니지, 와우 등의 게임 공략, 육성법을 담은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정액요금을 받는 사업이다. 사업은 평생회원 1만9900원, 한달회원 9900원으로 운영했다. 회원 2000~30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결국 온라인 게임 웹진 인벤 등이 등장하면서 사업을 접었지만 중학생 때부터 휴대폰비, 학원비, 교재비 등록금은 대부분 스스로 충당할 정도로 돈은 벌었다.

고등학생이 된 17살 때는 광고업을 시작했다. 아직 사업이라기보다는 프리랜서 수준이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네이버 등록, 홍보 등 온라인 홍보 사업이었다. 김 대표는 "이 때까지만해도 딱 사업을 해야겠는 개념이 없었다"며 "그냥 돈을 벌고 있다거나, 벌고 싶다는 개념만 가지고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 2013년 22살의 나이로 본격적인 창업에 도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온 온라인광고업이 전공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온라인에 형성되는 전반적인 이미지 관리를 대행하는 업무다. 온라인몰 구축, 온라인 매출 증대를 위한 여러 활동, 소비자들에게 회사 및 상품 이미지 전달,  블로그 관리 대행, 카페 글쓰기 등이 총 망라됐다.
 
 회사는 꽤 잘됐다. 첫해 4000만원 매출을 찍었다. 이어 매년 두배 이상씩 매출이 늘었다. 그런데 김 대표는 돈을 쓰는 방법을 몰랐다. 어떤 달은 300만원, 어떤달은 2000만원 매출이 발생했다. 고정적이지 않은 이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때문에 어느달은 거래처 대금 지금이 밀리고, 또 어느달은 직원들의 임금도 밀렸다. 외연적으로 회사 매출은 가파르게 올랐지만 돈이 돌지 않았다. 또 조직생활 경험이 없다보니 조직관리가 안됐다. 직원들을 많게는 10명까지 뒀는데,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기부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2015년 두명의 친구에게 1억원씩 총 2억을 투자 받아 동업을 시작했다. 위기의 시작이었다. 한 친구는 동업시작 1년 반만에 다른 회사를 차리겠다며 투자금을 빼 나갔다. 얼마 후 다른 친구도 이탈했다. 당시 돌려준 2억원의 투자금은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큰 돈이 훅 빠져 나가면서 자금회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업은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배웠지만, 내가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 친구들의 열정 크기가 나와 같다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사업의 겉 면만 보고 매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스트레스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제공 =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서울=뉴시스] 김영호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사업의 겉 면만 보고 매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스트레스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제공 = 어시스트엔터프라이즈)

이 와중에 계속 사업확장을 시도한 것도 문제였다. 분양사이트, 진로교육 관련 사업도 시도해 봤다. 부동산 커머스도 해보려고 했다. 김 대표는 "짧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하나하나가 모두 6개월 이상 인력과 시간, 돈을 들인 시도들이었다"며 "당시에는 내가 잘 몰라도 사업성이 있는 것, 돈이 될만한 것에는 뭐든 투자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동업자들이 나간 뒤에도 2년 동안 혼자 사업을 유지하던 김 대표는 온라인광고 사업을 벌이던 넥스트비즈니스를 2018년 폐업했다. 기존 매출이 절반 이상 꺽인 상태에서 사업에 더 투자하고, 유지하는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내 나이가 약점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고객사에 항상 먼저 양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그게 남는 것이라는 나만의 계산법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런 부분이 어느때는 독이 되더라. 상대가 늘 양보만 요구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돌아봤다.

현재 김 대표는 플랫홈 사업을 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과다하게 사용되는 의료분야에서 고객과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게 바로 안과 광고 플랫홈 '안닥'이다. 색맹검사, 안구질환 툴도 개발해서 각종 안구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현재 원격의료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에 발목이 잡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업데이트를 하는 중이다.

초보 창업자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창업을 열정만으로 무모하게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를 하지 않는게 좋다. 그런데 의지대로 안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러니 똑똑한 실패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다시 물었다. "창업은 메리트도 있고 멋진 일이다. 잘 됐을 때 결과물이 좋은 것은 맞다. 그런데 사람들이 겉 면만 보고 매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규모를 떠나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런것 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업 이면의 고난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충분히 설계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실패를 듣다'=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담는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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