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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의 속내 "마지막 퍼트, 진영이가 꼭 넣길 바랐죠"

등록 2020.05.24 19: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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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세기의 샷대결'에 임하는 고진영과 박성현이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경기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제공) 2020.05.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세기의 샷대결'에 임하는 고진영과 박성현이 2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경기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제공) 2020.05.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많은 분들이 짜고 한 거 아니냐고 하실텐데, 정말 그런 거 아니에요."

'세기의 대결'로 불리던 고진영(25)과 박성현(27·이상 솔레어)의 격돌은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상금을 반씩 나눠 갖고 싶다는 두 선수의 바람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두 선수는 24일 인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에서 맞붙었다.

총상금 1억원을 놓고 홀별 걸린 상금 총액에 따라 승패를 가린 이번 승부에서 박성현과 고진영은 18번홀 동안 각각 5000만원씩 획득했다. 박성현이 7홀을, 고진영이 6홀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상금액은 같았다. 5개홀에서는 승부가 나지 않았다.

고진영은 "되게 재미있었다. 뜻하지 않게 반반씩 가져가게 됐다"면서 "우리도 제일 좋은 시나리오로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중반까지는 고진영이 흐름을 잡았다. 고진영은 11번·12번홀 무승부와 박성현의 찬스(12번홀)로 총 2400만원이 걸려있던 13번홀을 따내면서 4000만원을 확보했다. 이때까지 박성현의 상금액은 1200만원에 불과했다.

두 선수의 라이벌전이 이렇게 끝날 리 없었다. 주춤하던 박성현이 14번과 15번홀 승리로 순식간에 1200만원을 보태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800만원짜리 16번홀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선수는 고진영이 찬스 카드를 꺼내든 17번홀에서 2600만원짜리 샷 대결을 벌였다.

고진영이 버디에 실패한 것을 확인한 뒤 퍼트에 임한 박성현은 원하는 곳에 공을 정확히 보내 거액을 차지했다. 박성현이 5000만원으로 4000만원의 고진영을 앞섰다.

역전을 허용한 고진영은 1000만원이 달린 18번홀을 가져가며 기어코 균형을 맞췄다. 고진영은 5m짜리 버디 퍼트를  홀컵으로 정확히 보냈다. 반면 박성현의 버디 퍼트는 생각보다 많이 짧았다.

고진영은 18번홀 상황에 대해 "언니가 (파퍼트를) 넣을테니 버디 아니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좀 더 집중했는데 들어갈 줄 몰랐다. 마음을 비웠는데 기분이 좋다"고 회상했다.

박성현도 속으로는 고진영의 퍼트를 응원했다고 털어놨다. 고진영이 18번홀을 가져가 상금을 반반씩 나눠 갖는 것이 사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진영이가 넣으면 정말 최고겠다. 넣고 깔끔하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깔끔한 퍼팅을 보여줬다. 반반씩 가져가게 돼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두 선수가 각각 선택한 총 2개홀(플레이어 챌린지 홀)에서 지정한 선수가 승리할 경우, 추가 상금 1000만원이 돌아가는 '선수 찬스홀' 규정은 대결의 흥미를 더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자신이 찬스를 쓴 홀을 모두 상대에게 헌납했다.

장점인 장타를 살리기 어려운 파3홀인 13번홀에서 찬스 카드를 꺼내든 박성현은 "다들 내가 파5에서 쓸 것이라고 생각했을텐데 파3에서 꺼낸 것은 허점을 찌른 것"이라면서 "그 전에 아이언 느낌이 좋았고 남은 홀에서 언제 쓸지 생각하는 것도 피곤했다"고 웃었다.

고진영은 마찬가지로 파3홀인 17번홀에서 찬스를 사용했다. 고진영은 이 홀 패배로 2600만원이나 헌납해 패배 직전까지 몰려야 했다. 고진영은 "(캐디로 도와준) 친구한테 '우리 진짜 잘못 쓴 것 같다'고 했다"면서 "그래도 마지막 홀을 이기면 사이좋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쳤다"고 전했다.

상금 전액은 선수들이 사전에 지정한 곳에 선수 이름으로 기부된다. 박성현의 상금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고진영의 상금은 밀알복지재단에 돌아갔다. 두 선수는 "사이좋게 반반씩 가는 만큼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좋은 의도를 지닌 이벤트성 대회였지만 두 선수는 꿈틀대는 승부사 기질을 완전히 숨기진 못했다.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계획은 무서운 집중력의 발현과 함께 서서히 사라졌다.

박성현은 "생각보다 대화를 많이 못했다. 서로 공치기에 바빴다"고 했고, 고진영도 "많은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서로 너무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대신 두 선수는 고진영의 집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고진영은 "내가 언니에게 집에 놀러오라고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마이크를 통해 다 나갈까봐 못했다"면서 "언니가 집에 놀러오면 그때 많이 할 생각"이라고 했다.

"좀 멀다. 진영이는 용인이고 나는 김포"라면서 손사래를 치던 박성현은 고진영이 집들이 선물로 휴지를 언급하며 '자고 가면 된다'고 조르자 "가봐야겠다"면서 방문을 약속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들의 대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없이 진행됐다. "버디 후 인사가 습관이 됐다.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됐다. 아무도 박수를 안 쳤는데 인사를 했다"는 고진영은 "후반 되니 '내가 잘해도 박수가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김이 빠지긴 했다. 많은 분들과 함께 경기하고 싶다"고 팬들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박성현은 "특히 이런 이벤트 대회는 함성과 박수가 엄청 많은데 아쉽다. 많은 분들도 답답하셨을 것"이라면서 "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 건강하고 편안한 생활을 했으면 한다. 나도 팬들을 응원하겠다. 서로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두 선수는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재개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상황이 따라준다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전도 검토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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