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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승진실적에 표절논문 끼워넣은 교수…"업무방해"

등록 2020.08.23 09:01:00수정 2020.08.23 09: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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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영어논문 번역·편집해 서류 제출

"부교수 탈락해 업무방해 아냐" 항변

1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해"

2심 "교수직 상실 감안" 벌금 1천만원

[죄와벌]승진실적에 표절논문 끼워넣은 교수…"업무방해"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동료 교수의 논문을 표절해 부교수 승진 임용 심사서류에 제출했지만, 결국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했다. 이 경우 교원업적평가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

서울의 한 사립대 조교수로 재직했던 A씨는 지난 2013년 동료 교수인 B씨의 영문 논문을 번역해 편집한 후 제목을 변경해 학회지에 투고했다.

이후 해당 논문을 부교수 승진임용과 조교수 재임용 심사서류에 연구실적으로 기재해 교원업적 평가 자료로 제출했다. A씨는 부교수 승진에는 탈락했지만, 조교수로는 재임용됐다.

검찰은 A씨가 위계로써 대학교 인사위원회와 대학교원인사위원회 의원 등 심사 담당자들의 부교수 승진임용과 조교수 재임용을 위한 교원업적평가 업무를 방해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학교 측은 이 사건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교수로 재임용한 것이어서 논문 표절 여부가 재임용과 무관하다"며 "이 사건 행위와 업무방해 위험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1심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교원업적평가 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A씨가 동료 교수의 영어 논문을 번역해 편집한 것에 불과한 논문을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직접 작성한 논문인 것처럼 해 제출했다면, 이는 '대학에서 교육 및 연구에 종사할 능력'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명확한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대학교의 교원임용규정은 교원의 자격에 관해 '대학에서 교육 및 연구에 종사할 능력이 인정되는 자'에 해당함을 기본 전제로 하고, 승진임용이나 재임용 대상자에 대한 심사에서 이를 심사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1심은 "부교수 승진임용이나 조교수 재임용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정이 확인됐을 경우 다른 요건을 충족해도 A씨가 부교수 승진임용 및 조교수 재임용 대상자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에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A씨가 대학 당국을 기망해 부교수 승진임용이나 조교수 재임용을 받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범행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 후 A씨는 "이 사건 논문과 무관하게 부교수 승진임용에서 탈락해 임용심사 업무방해 위험성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교원업적평가 업무가 방해됐더라도 이는 학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항소했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했다. 다만 항소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고도의 윤리의식을 갖춰야 할 대학교수로서 동료 교수 영어 논문을 그대로 편집해 마치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연구실적으로 제출함으로써 연구자로서 윤리와 양심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 후에도 A씨는 부교수로 승진하지 못했고, 범행이 원인이 돼 정직 3개월 및 휴직 권고를 받았다"며 "최근까지 법적 분쟁이 이어지다가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교수직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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