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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생 극단 선택…경북교육청 '생명존중 교육' 하나마나?

등록 2021.06.14 17: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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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뉴시스] 8일 경북도교육청연구원에서 안동권역 '생명사랑 온(溫)·통(通)' 관리자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경북교육청 제공) 2021.06.08

[안동=뉴시스] 8일 경북도교육청연구원에서 안동권역 '생명사랑 온(溫)·통(通)' 관리자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경북교육청 제공) 2021.06.08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또 한명의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일어남으로써 경북교육청이 추진하는 '학생 생명존중 교육'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 안동의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지난 10일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반성문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학교 앞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학생은 아파트 주민들이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 학생은 교무실에 홀로 남아 쓴 반성문에서 '수행평가 중 커닝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무척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저에게 주신 기회를 모두 다 썼습니다. 저에게 실망 많겠지만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사건이 나자 경북교육청은 바로 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와 함께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가동했다.

생명센터는 14일 현재 이 학교 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와 함께 상담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경북교육청은 지난 8일 경북도교육청연구원(안동)에서 안동권역 '생명사랑 온(溫)·통(通)' 관리자 연수를 한 바 있다.

학교 교감과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를 대상으로 한 이 연수는 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해 '청소년의 고민과 정신건강 및 자해·자살 시도 학생에 대한 효과적 개입'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연수에서는 자해 예방을 위한 문제 해결법으로 전화 걸어 도움 요청하기, 위로 받기(친구, 129, 생명의 전화 등), 운동, 음악 듣기, 일기 쓰기, 스트레스 해소법, 덜 해로운 방법 선택하기(얼음쥐기 등), 붉은 색칠하기 등의 방법이 소개됐다.

경북교육청은 학교에서 연간 6시간 이상 학생 생명존중 교육을 하도록 하고 교원의 50% 이상이 매년 15시간 이 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게이터키퍼(누군가 자살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위험신호를 인식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 연수도 3년에 1회씩 모든 교직원이 100%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학생 자살 사건으로 이같은 연수의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 경북교육청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설문조사와 상담 등 '보호조치'에 들어갔지만 숨진 학생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교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안정 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 교사가 교육부의 교원 치유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고만 설명했다.

게다가 경북교육청은 올해들어 학생 자살 건수조차도 공개를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또 한 부서는 이번 사건 즉시 임종식 경북교육감의 특별지시로 자살예방대책반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작 담당 부서는 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경북교육청의 한 전직 장학관은 "교육청은 학생들이 자극받을까 염려해 자살현황을 잘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학생 자살 사건이 나면 보도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 이런 통계를 숨긴다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아무리 수준 높은 '생명존중 교육' 연수를 마련해도 교육청이 이처럼 엇갈리는 행보를 하면 연수 효과가 현장에서 제대로 가동이 안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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