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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볼썽사나운 '대선후보 사퇴' 공방…비전은 '나 몰라라'

등록 2021.12.27 15: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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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볼썽사나운 '대선후보 사퇴' 공방…비전은 '나 몰라라'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양심이 있다면 후보직을 사퇴하라.", "더 늦기 전에 후보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석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거대 양당은 상대방 대선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문제삼아 사퇴를 요구하는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자녀의 불법 도박과 아내의 허위 이력 의혹, 가짜 뉴스 유포와 실언 논란까지. 대선이 다가올수록 상대 당 후보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 대선후보의 정책 제안에 '매표',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가 일쑤다.

이 같은 공세는 후보 검증을 빌미로 '진흙탕 대선'을 부추길 뿐이다. 정치혐오를 야기하는 비생산적인 선거운동인 셈이다. 남을 깎아내리고 트집 잡기에만 집중하는 탓에, 우리 후보가 제시한 국가 비전이나 공약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은 뒷전이 된다.

경쟁 상대에게 새로운 의혹이나 논란이 제기되면 헐뜯는 반면, 우리 진영과 관련된 소위 '악재'가 터졌을 때는 감싸기에 바쁘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인 것이다.

물론 대장동과 고발 사주, 부실 수사 의혹 등 대선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현안들은 검증돼야 마땅하다.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적 책임 여부도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 공방이라는 정치 공방 속에서는 이마저도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이같은 형태를 언론의 보도 행태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책 보다는 정치 공세 보도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지적에서 언론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런 지적을 하는 누군가도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봤으면 한다. 자칫 자신도 모르게 언론이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들여다보기보다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소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방은 여느 대선 과정에서도 나타나는 선거 전술이지만, 각 후보가 내세우는 슬로건과 미래 비전이 실종된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대선후보들이 어떤 국가미래 비전을 내걸고 대선 출사표를 던졌는지에 대한 물음을 해소하지 않은 채 투표를 해야 할 수 있어서다.

대선은 나라를 대표할 최고의 리더를 뽑는 동시에 국가의 미래에 투표하는 국가적 행사가 돼야 한다. 상대방이 실점해야만 내가 득점하는 '마이너스' 대선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 후보는 고품질의 정책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고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 대선 후보들은 여전히 국민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킬 만한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재확산 차단과 신성장 산업 육성 등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대선 후보를 뽑는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방처럼 논란으로 공격하는 건 하수"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국가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네거티브 대신 합리적인 정책과 도덕성 검증을 해주길 바란다.

그것을 통해 '차악(次惡)'보다는 '최선(最善)'의 후보를 가리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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