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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평의 눈물 "부처 칸막이가 부른 인재, 오송서 끝나길"[인터뷰]

등록 2023.12.27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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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3인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이미경(왼쪽)씨와 최은경씨가 23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3.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이미경(왼쪽)씨와 최은경씨가 23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3. [email protected]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쉽게 떠올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기억이다. 2023년 7월15일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유족 A(46·여)씨는 아직도 문득 그때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치과의사였던 A씨의 남편은 출근 중 변을 당했다. A씨에게 전화, 궁평 2지하차도 안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고 했다.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며 A씨와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물이 차오르는 그 순간에도 가족을 걱정한 남편은 참사 이틀 뒤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춥고 어두운 흙탕물 속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남편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A씨는 슬픔에 사로잡혔다.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다.

하지만 무너질 수는 없었다. A씨는 3남매의 어머니다. 애써 태연한 척 의연하게 행동해야 했다. 초등학생인 막내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리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충북연구원에서 만난 A씨는 덤덤한 표정과 달리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난 날을 풀어나갔다.

참사를 겪은 뒤 A씨의 삶은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유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시간이지만, 성인이 된 쌍둥이 자매와 아들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서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느껴요. 우리가 잘 지내길 바라는 걸 알기에 힘껏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떠나보낸 남편을 떠올릴 때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잘 지내도 되는 걸까, 웃어도 되는 걸까···. 남은 가족의 행복을 바랄 것을 알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을 옥죄 온다고 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1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열리고 있다. 2023.09.01.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1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열리고 있다. 2023.09.01. [email protected]


이미경(48)씨와 최은경(43)씨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고 유족이 됐다.

두 여성의 모친들은 함께 오송으로 아파트 청소 일을 다녔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일을 했다.

폭우가 쏟아진 그날도 그랬다. 일을 다닌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 청주에서 747번 버스에 올라 오송으로 같이 가던 길이었다. 비가 많이 오니 출근하지 말라고 말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이들에겐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예전에 물에 한 번 빠진 적 있어요. 코로 물이 들어오는데 너무 매웠고,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떠올리지 말아야 하는데 얼마나 고통스럽게 돌아가셨을지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져요." (최씨)

7월 이후 계절은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아직도 그날의 사고 현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절만 달라졌을 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20여차례에 걸친 위기 징후와 신고 등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은 없었다. 위법 사항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부실했고, 부처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는 한없이 견고했다.

미흡한 대처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관련된 기관들은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참사 발생 159일 만에 미호천교 임시 제방 공사 현장을 관리·감독한 감리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국무조정실이 수사 의뢰한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 7개 기관 30여명에 대해선 아직도 하세월이다.

이들은 그날의 참상과 분노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잊혀질까 두렵다. 뇌리에서 사라져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때 실무자 몇 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14명의 유족은 모두 한 마음이다. 성역 없이 참사의 진상이 규명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자 모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인 이런 참사를 오송에서 끝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들을 위해,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는 후진국형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이를 잃는 아픔은 오송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라요." (이씨)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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