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3년 절규 통하나…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오늘 '기로'

등록 2020.08.26 05:5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폐암 1차치료 허가 후 3년간 건보 혜택 못받고 제자리

논의 첫 관문 회의만 7번째…‘무기한 연기’ 논란

26일 암질환심의위원회, 연내 급여화 가능한 올해 마지막 기회

암 환자 “기다리다 죽는다”…오늘 회의 결과 기대

[서울=뉴시스] 한국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서울=뉴시스] 한국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3년간 감감무소식인 폐암 건강보험 혜택 여부를 놓고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26일 열리는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회의에선 말기 폐암환자의 1차 치료 목적으로 한국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사용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할지 논의된다.

암질심은 항암제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심사하는 ‘첫 관문’이다.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을 기반으로 건보 급여 혜택을 주기에 적정한지, 급여기준은 무엇으로 할 건지 논의한다. 이것을 통과하더라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약가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럼에도 이날이 기로인 건 키트루다가 3년 째 첫 관문조차 못 넘고 있기 때문이다. 안건 상정만 이번이 7번째다. 지난 2017년 3월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요법으로 국내 품목허가를 받아 그해 9월 급여를 신청한 후 3년 간 제자리다. 그야말로 ‘7전 8기’의 도전을 하고 있다. 오늘 회의의 진척에 따라 연내 급여화까지 가능한 올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항암제의 급여 여부는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와도 같다. 키트루다는 한 번 투여할 때 600만~700만원이 드는 고가 면역항암제다. 1년에 약값만 1억원 가까이 든다. 급여화 되면 통상 환자는 이 중 5%, 즉 5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신약 급여 등재는 최소 240일, 급여확대는 무기한?

정부 역시 1인 당 연간 1억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폐암 2차 치료제로 키트루다를 사용 시 급여 혜택을 제공하지만, 환자군이 훨씬 많은 1차치료제(진단 후 처음부터 사용)로 확대했을 때 감당해야 할 건보재정에 대해선 팽팽한 긴장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임상적 혜택을 가진 의약품의 급여 적용 여부를 무기한 연장하는 건 환자의 부담만 높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신약이 건보 혜택을 받는데(신약 등재) 걸리는 기간은 최소 240일(검토과정에 따라 상이)로 규정돼 있다. 항암제처럼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약을 환자들이 조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6년 320일에서 240일로 단축시켰다.

문제는 키트루다처럼 치료 적응증이 확대(2차→1차)된 것에 따른 급여 확대의 경우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신약 급여 등재와 동일한 프로세스임에도 기간을 정해 놓지 않아, 무기한 연장될 우려가 크다. 3년 동안 첫 관문도 통과 못한 이유다.

◇1차로 썼을 때 생존기간 2배 증가

환자가 이 약을 일찍 투여할수록 좋다는 결과는 임상시험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폐암 진단 후 처음부터 1차 치료로 썼을 때 생존기간, 무진행 생존기간, 반응률이 약 2배 늘었다. 5년 생존율도 약 4~6배 증가했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말기 폐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의 단독 및 병용요법을 가장 높은 권고 등급(Category1) 중에서도 선호요법으로 우선 권고했다.

폐암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수는 2018년 기준 1만7852명에 이른다. 30분에 1명씩 사망하는 셈이다. 이 중 다른 약으로 1차 치료를 받은 뒤 2차 치료로 가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30%에 이른다.

부산백병원 호흡기내과 이현경 교수는 “최근 폐암 진단을 받은 70세 남성 A씨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성 평가 결과 PD-L1(면역항암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지표 중 가장 널리 사용하는 지표) 발현 정도가 75% 정도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서 “환자와 가족은 고민을 했지만, 어려운 경제 형편에 실비보험도 없는 상태라 결국 값비싼 면역항암제 대신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선택했고, 얼마 전 전신상태가 악화돼 호스피스 병원으로 전원했다”고 실제 사례를 들어 호소했다.

이어 “국내에서 폐암환자들이 30분에 1명씩 사망하고 있는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할 때 면역항암제 1차 치료 보험급여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돼 연내 급여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다리다 죽는다” 암 환자의 절규

기다림에 지치다 못해 환자단체연합회, 한국폐암환우회, 암시민연대 등은 빠른 급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대표는 “‘유전무병 무전유병’이란 말은 돈 있으면 병이 없고 돈 없으면 병이 있다는 의미”라며 “재정을 절약하려는 정부와 높은 약값을 받고자 하는 제약사의 대치상태에서 환자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폐암환우회는 지난 6월 심평원의 약제 관리실 담당자와 미팅을 통해 “면역항암제를 (현재 급여가 적용되는) 2차로만 사용하는 것은 매우 현실성이 없고 치료 골든타임을 이미 놓쳐 환자들에게는 너무 늦은 얘기가 돼버린다”며 1차 치료 급여 필요성을 호소했다.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연내 급여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지, 또다시 업계와의 줄다리기로 시간을 끌 것인지 회의 결과에 관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