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살인의 추억’이 내 인생 바꿨다”…엄친아 스페인 감독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영화 '페인리스'의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다우기술 본사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22 [email protected]
미국 유학 중 만난 스페인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스페인으로 돌아왔고, 12세 때 프랑스로 이주했다. 지구촌 시대 다문화 수혜 ‘엄친아’다. 누벨바그를 이끈 인물 가운데 하나이자 유명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을 지낸 영화감독 에리크 로메르(1920~2010)의 지도로 소르본 대학에서 영화학 석사를 받았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에 모두 능통한 그는 미국과 달리 다국적 투자를 받아야만 영화제작이 가능한 유럽영화계에서 한결 유리한 입장이다.
더구나 그의 장편 데뷔작 ‘페인리스’는 기예르모 델 토로(49) 감독 등에게서 볼 수 있는 스페인 판타지 영화의 전통과 시대적 아픔을 바탕으로 프랑스 영화의 세련된 촬영방식과 영상미를 덧입힌 수작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차기작은 영어로 만들어 미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영국 소설가 피터 애크로이드(64)의 ‘댄 레노와 라임하우스 골렘’을 각색한 범죄 스릴러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영화 '페인리스'의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다우기술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07.22 [email protected]
“봉준호는 정말 위대한 감독이고, 그의 ‘괴물’을 정말 좋아한다. 박찬욱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도 좋아한다. 요즘 한국영화는 세계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잘나가는 영화 인더스트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최근 본 한국영화는 ‘황해’(감독 나홍진)라고 밝혔했다. ‘스토커’(박찬욱 감독의 미국 진출작)를 더 최근에 보기는 했지만, 그것을 한국영화라고 해야할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영화 '페인리스'의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다우기술 본사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22 [email protected]
또 “한국영화가 칵테일처럼 여러 가지 장르를 섞는 방법을 연출 시 참고했다. 한국영화 중에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재미도 있으면서 깊이가 있고 비주얼적으로도 아름다운, 뛰어난 장르영화들이 많다”면서 “특히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범을 찾으려는 형사 이야기뿐만 아니라 80년대 독재치하 시대상이 담겨있고, 바보 캐릭터를 사람들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사회의 분위기도 알 수 있다. 인간성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영화 '페인리스'의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다우기술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07.22 [email protected]
메디나 감독은 “이 영화는 진실을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힘들지만 그 진실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희생을 할 수 있느냐를 묻고 있다. 악몽같은 비참한 결말이기는 하지만 그 진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고 있다. 다비드가 진실을 알게 되며 정화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영화 '페인리스'의 후안 카를로스 메디나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다우기술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07.22 [email protected]
첫 방문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많이 둘러볼 시간은 없었지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베르카노가 감옥 안에서 어떻게 그렇게 근육질의 강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느냐”와 같은 황당한 질문을 받기도 해 “스웨덴식 운동방식을 따라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해줬다고도 한다.
짧은 일정 탓에 존경하는 한국 감독들을 만날 시간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김옥빈 같은 한국 배우들과도 일해보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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