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인도·태평양 라인'에 고심…한·중 정상회담 변수로 부상
【베를린(독일)=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각)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7.07.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Indo-Pacific) 라인'이라는 새 외교전략 개념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적잖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발표문에도 해당표현이 담긴 상황에서 논란이 되자 청와대가 뒤늦게 발을 빼는 모양새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출입기자단 문자메시지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에 대한 입장문을 별도로 냈다.
청와대는 발표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 표현으로 적시된 배경에 "최근 미국이 새로 제시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다변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으나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지역 개념인지에 관해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발표문에서는 미측의 설명으로만 명시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한·미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가능한 협력방안들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공동발표문이 나온 지 만 하루만에 별도의 입장을 밝힌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순방을 보좌 중이던 김현철 경제보좌관의 브리핑때문이었다.
김 보좌관은 지난 9일 문 대통령의 '신(新) 남방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브리핑 자리에서 "일본의 경우는 인도 퍼시픽(Indo-Pacific) 라인이라고 해서 일본· 호주·인도·미국을 연결하는 외교적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의 발언은 한·미 공동발표문에 적시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는 부분과 배치된다.
아세안과의 교역을 늘리는 과정에 인도네시아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공동발표문에 적시하는 배경에 한·미 간 이견차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함부르크(독일)=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6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일 정상 만찬이 열린 주함부르크미국총영사관에서 기념촬영 후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7.07.07. [email protected]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무역투자와 해양안보 벨트로 묶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자는 외교전략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처음 언급했다.
하지만 사실상 일본이 남·동중국해 지역에서 해양 영향권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국도 대중 견제차원에서 이같은 개념을 수용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부터 '인도·태평양' 이라는 용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흔들리지 않는 미·일동맹 아래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며 "자신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 동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언급, 인도·태평양 라인을 둘러싼 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같은 개념이 부각되는 것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가운데 악영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중간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는 균형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미·일간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라인'에 섣불리 동참할 수만은 없다.
뿐만아니라 한·중 회복 관계 국면에서 정부가 취한 '3불(不)정책(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사드 추가 배치 검토, 한·미·일 군사 동맹 등 불가)'의 방향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의 지점이다. 한국이 동참할 경우 한·미·일 군사동맹 가속화의 시그널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한·미 간 긴밀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중국의 반발 등 이같은 고민을 종합적으로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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