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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포스코…중도하차 잔혹사 언제까지

등록 2018.04.18 10: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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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태준 초대회장, YS정권서 정치적 다툼으로 '퇴진'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도 이름 올려

권오준, 최순실 입김 의혹·MB 자원외교 유착 의혹 등 부담

바람 잘 날 없는 포스코…중도하차 잔혹사 언제까지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포스코가 한국경제에서 점하는 위치는 독특하면서 소중하다.

 ‘산업의 쌀’을 만드는 기업이라거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스코는 전문경영인 체제다. 2000년 민영화 뒤 정부 주식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다. 오너 2,3세들이 이끄는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체제 하에서 대기업으론 드물게 주인 없는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구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10여 년이 지나도록 최고 경영자의 운명은 변한 게 없었다. 형식상 독립적 지배구조이면서도, 실상은 극심한 정치 외풍에 시달려왔다. 대부분 CEO는 단명했고, 불명예 퇴진한 CEO도 한 둘이 아니었으며, 누구든 들어올 때나 나갈 때나 항상 뒷말이 이어졌다.

 불행하게도 권오준 현 회장도 이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게 됐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시장은 묻고 있다. 글로벌기업이 이래도 되는가, 세계적인 기업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는가,  힐난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18일 철강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포스코 잔혹사는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다툼을 벌인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이후 황경로 회장, 정명식 회장도 김영삼 정권에서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회장 직을 물려줘야만 했다. 정 회장의 뒤를 이은 김만제 회장은 김영삼 정권에서는 임기를 채웠지만 김대중 정부 때 중도사퇴하고 말았다.

 유상부 회장은 1996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중도 사퇴를 했으며 이구택 회장은 2003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중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정준양 회장이 2009년 중도 사퇴했다. 현 권오준 회장 체제는 2014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 3월 연임에 성공, 권오준 2기 체제를 가동중이다.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회장들은 사실상 모두 다 정권과의 마찰을 빚었다.

 정권에 순응하지 않는 회장들은 검찰이 나서 불법로비, 배임, 횡령, 일감몰아주기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회장들은 하나 같이 불명예 퇴진을 한 것이다. 

 권오준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제고 활동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포스코 잔혹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013년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 등으로 인해 권 회장은 결국 물러나는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이사회 측에서 권 회장과의 동행에 부담을 느겼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자리에서 여자배드민턴팀을 창단해달라는 요구을 받고 16억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 운영을 더블루K에 맡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강요했다는 부분에 유죄를 인정했다.

 권 회장 입장에서는 권력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정권의 청탁을 받아들인데 대한 대가성 여부가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권 회장이 2013년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으며 최근에는 MB 정부 시절 추진된 자원외교 활동을 펼칠 당시 권력형 유착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물러나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긴급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이사회에 일임했다"며 "이사회 의장이 거취 문제를 말할 것"이라고 사의를 공식화했다.

 그는 물러나게 된 배경에 대해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 여러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CEO의 변화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심경을 전했다.

 이어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으며 젊고 박력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하자 이사회 측에서 승낙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정권에서의 직·간접적인 간섭 등으로 인해 사의를 결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수익성 제고 활동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권 회장의 사임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 회장 자리에 올랐으며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부분 등에 부담을 느껴 현 정권과 동행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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