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형 '조증약 복용' 녹음파일 법정서 공개

이 지사 동생 "심각한 정신질환 있었다" 일관된 답변

【수원=뉴시스】박다예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11차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3호 법정 앞에서 연이은 재판에 "힘들다"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19.03.18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박다예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님 고 이재선씨가 자신이 조증약을 복용했다고 인정한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이 18일 공개됐다.

이 지사의 변호인 측은 이날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1차 공판에서 2002년 이재선씨와 정신과 전문의 백모씨의 통화가 녹음된 파일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재선씨는 통화에서 "옛날에 우리 부부끼리 밥을 먹고 나올 때 백 선생님이 뭔가 약을 줬는데 내가 '이게 뭐냐' 그랬더니 '조증약이다'라고 해서 '왜 이딴 걸 먹냐'고 그랬다"며 "마누라가 하도 그러니까 한 번인가 먹고 버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왜 그걸 나한테 줬냐"고 물었고, 백씨는 "글이 너무 날아다니고 그랬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씨는 "약을 지으면 기록이 남지 않냐"며 "문진도 안 하고 검진도 안 하고 약을 쓸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백씨는 "정신과는 의약품 예외다"며 "한 번 좀 먹여보면 어떨까 해서 약을 조금 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걸리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씨에게 "세상에 그 정도로 유도리 없는 세상이 어디 있냐"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조증약 복용' 사실은 이씨가 2013년 교통사고를 당하기까지 정신질환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 이 지사가 무리하게 강제입원을 시도했다는 검찰 논리를 무너뜨린 대목이다.

이날 이 지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백모 의사가 저희 형님한테 조증약을 비공식적으로 조달해줬다는 것을 인정하는 녹음이 검찰 기록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가 조증약을 처방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참 힘들게 증명하고 있는데 형님이 백모 의사의 육성 녹음을 검찰에 제출했기 때문에 진실 발견에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이날 오전 재판에서 녹음파일 공개에 이어 이 지사의 동생인 이재문씨를 증인신문했다. 그는 이재선씨에게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일관되게 답변했다.

이씨는 "재선 형님과 한집에서 자라면서 한 번도 맞은 적이 없을 정도로 온순했지만, 2000년 정도부터 사소한 이유로 화를 내는 등 폭력적으로 변해갔다"고 진술했다.

변호인 측이 이재선씨가 백화점에서 난동을 부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재생하자 "2015년 어머니와 누님을 때렸을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씨는 "(형님의 정신감정을 의뢰한) 2012년 당시 나도 조울증을 앓고 있어 증세나 치료법 등을 알고 있었다"며 "평소 진료를 받던 개인병원 정신과 전문의에게 형님 증세를 설명했더니 의사는 '조울증인 것 같다고 빨리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환자 본인이 병원에 가야 하는데 형님의 처 박인복씨가 이를 거절해 난처한 상황이었다"며 "강제적으로 정신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정신건강센터를 찾게 됐다"고 했다.

검찰 측은 반대신문에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형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글을 게시한 것이 형님을 진정 걱정한 행동이었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재선 형님이 재명 형님과 형수의 통화녹음을 편집·공개했다"며 "형수한테 욕설을 퍼붓는 패륜을 저지른 것으로 몰려 글을 쓰게 됐다"고 답했다.

검찰 측이 이씨 본인의 작성글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씨 앞에 노트북을 들이밀며 타자를 요청하자, 변호인 측이 '인권 훼손'이라며 이를 막아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날 11차 공판은 오전 10시부터 진행돼 낮 12시36분께 2시간 정도 휴정됐다.

한편 공판이 재개되면 검찰 측 증인인 전 분당서울대병원장 정모씨와 전 성남시 중원구보건소장 최모씨,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 백모씨, 맑은샘심리연구소 배모씨의 신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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