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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치매 부친-입원 아들 사이 발동동 구를때 '영웅' 나타났다"

등록 2020.03.17 13:35:45수정 2020.03.17 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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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고열 부친 연락에 꼼짝 못할때 119가 출동 코로나 검사

40대 딸 "119가 진정한 영웅…한국서 태어난게 자랑스럽다"

대구의료원 2층 로비엔 1000여통의 응원 편지·사연 가득

[대구=뉴시스] 대구의료원은 16일부터 라파엘웰빙센터 2층 로비에 기부 물품과 함께 전달된 1000여 통의 응원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 대구의료원 제공) 2020.03.17.

[대구=뉴시스] 대구의료원은 16일부터 라파엘웰빙센터 2층 로비에 기부 물품과 함께 전달된 1000여 통의 응원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 대구의료원 제공) 2020.03.17.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어요."

2년째 치매를 앓고 있고 만성신부전증 기저질환이 있는 80대 노부부의 딸 A(42)씨의 첫 마디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19구급대를 찾았다는 A씨는 그때 일을 회상하며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지난달 27일 밤 아버지가 고열에 기침이 계속된다는 친정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는 뉴스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평소 A씨의 아버지(83)는 집단시설인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집단이용시설을 위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감염이 우려됐다. 

게다가 A씨는 어린 아들이 다른 질병으로 입원치료 중이어서 당장 달려갈 수 없었다. 자신이 코로나19 증상이 있는지 모르고 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폐쇄로 이어지는 일이 왕왕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도 해외 출장 일정이 연기돼 A씨 혼자 해결해야 했다. 부모에게 달려가면 어린 자식은 적어도 2주간은 병원에 홀로 있어야 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A씨는 1339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안내를 받아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구에서 확진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라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구급차를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노부부가 검사를 받기까지 이동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검사 진행과정상 치매를 앓고 있는 A씨의 아버지가 더 걱정됐다.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껴 의료진을 폭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119구급대는 A씨의 사정을 듣고 발빠르게 구급차를 보내주었고 치매환자 검사 경험이 있던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했다.

의료진들은 준비해 둔 검사키트로 아버지가 겁먹지 않도록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했다. 의료진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검사 과정에서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A씨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틀 뒤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날 밤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주며 자식같이 돌봐줬던 119구급대원들과 대구의료원 의료진들에게 A씨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A씨는 "평소에도 참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진정한 우리나라의 영웅들이라고 확신했어요. 구급대원들과 의료진들이 24시간 대치하면서 병마에 맞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A씨와 어머니는 소방본부와 대구의료원에 간식과 함께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구의료원에는 전국 각지에서 이같은 사연을 담은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16일부터 라파엘웰빙센터 2층 로비에 기부 물품과 함께 전달된 1000여 통의 응원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환자들과 보호자, 의료진 모두에게 공개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기지만 정서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지자는 취지다.

박지민 대외협력팀장은 "힘들 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극복해나가자는 응원의 목소리에 지쳐가는 의료진 등이 위로를 받고 있다"며 "진심이 담긴 편지에 눈물 흘리는 의료진도 많다"고 했다.

유완식 의료원장은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에 다시 한 번 더 힘을 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구의료원은 17일 현재 파견을 포함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45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환자 335명을 치료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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